날아가 버린 위시리스트… 수능 해방감도 못 누리는 고3

입력
2020.12.07 16:10
꿈꿔왔던 여행·취미활동 코로나에 전면취소
세대 전반의 우울감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해야


“우린 초중고를 다니며 세 번의 감염병을 겪었어요. 초등 1학년때 신종플루, 중1 때 메르스, 결국 고3때 코로나로 마무리하네요."

해외여행, 아르바이트, 영화, 쇼핑, 놀이동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만 끝나면 꼭 해보리라 다짐했던 '위시리스트'였건만, 올해 수험생들은 예년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해방감을 맛볼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위시리스트는커녕 일상의 자유조차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등교 중지에 학원 제한까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수험생활을 견뎠지만, 코로나 때문에 한숨 돌릴 기회조차 사라져 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신종플루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난 학창생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기본적인 이동과 활동 자체가 제한된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다. 창원 남산고 3학년 안소연(18)양은 “수험생 할인을 받아 서울에 있는 놀이공원을 가고 싶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순천 매산고 3학년 문희태(18)군은 “수능이 끝나면 해외여행을 가려 했는데 이제는 국내여행조차 갈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서울 오산고 3학년 임휘승(18)군도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집에서 조촐한 모임을 하기로 했다”고 아쉬워했다.

동아리 활동, MT, 축제 등 내년 봄 새롭게 펼쳐질 대학 새내기 생활을 꿈꾸며 설렐 시기기도 하지만, 이번 고3들은 대학 생활이 제대로 시작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서울 은평고 3학년 김채원(18)양은 “대학에 가더라도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며 “축제도 어차피 취소될 것이고, 대학의 비대면 강의도 고등학교에서 들었던 온라인 수업과 다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양은 “대학생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학 새내기의 낭만도 사라지려나

일부 학생들은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방역을 방해할 것"이라는 일부 기성세대의 섣부른 예측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양은 “10월말 핼러윈 때는 어른들은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클럽에 가지 않았느냐"며 "그러고서 정작 우리를 못 믿겠다고 하는 걸 보니 오히려 어른들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입시 스트레스로 억눌렸던 현실을 털어버릴 기회 자체가 박탈된 상황이 이번 고3 세대의 전반적인 우울감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학생들에게 수능 이후는 자신을 옭아맸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독립감 등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기”라면서 “그런 기대가 무너지면서 불안이나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억눌린 감정이 우울감으로 굳어지기 전에, 수험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다른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소하지만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활동을 찾으면서 우울감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수험생들을 위한 비대면 연주회 등 문화생활을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다원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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