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요? 노인들에게만 편파적으로 나쁜 병입니다. 병 자체도 그렇고요, 사회적인 고립이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모든 측면에서요.”
7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특징을 '편파성'으로 꼽았다. 노인이 절대적으로 위험하고 그러니 노인을 고립시키고, 그 결과 노인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좀먹는다. 그래서 코로나19시대 노인들은 입만 열면 “화가 난다” “억울하다” “겁난다”고 호소한다.
수치상으로도 그렇다. 7일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자는 549명. 이 중 94%(518명)가 60세 이상 노인이다. 노인 중에서도 80세 이상이 51%(280명)로 과반을 차지하고, 70~79세가 32%(174명), 60~69세가 12%(64명)다.
반면 확진자라 해도 젊은이가 숨지는 경우는 드물다. 20대 이하의 사망자는 아직 한 명도 없고, 30대 사망자는 2명, 40대는 5명이다. 전체 사망자 중 따지면 1%도 안 된다. 신 교수는 “코로나19가 노인들만 차별적으로 공격하다 보니 안 그래도 사회적으로 소외돼 있는 노인들이 거의 고려장을 당하는 것처럼 느껴 더 억울해하고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불안함을 덜어줄 노인 보호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의 최우선 보호대상으로 노인, 특히 요양병원·요양원·노인주간보호센터 같은 집단생활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꼽았다. 하지만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은 수개월째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방역당국은 수도권 노인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의 허술한 감염 관리는 그대로 둔 채, 검사 당시의 감염 여부만 확인하는 진단검사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 지난 11월 서울 성동구 금호노인요양원의 경우 4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정부가 불과 2주 전에 요양원 종사자들에 대한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달에도 울산 남구 양지요양병원에서 이틀 만에 9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원에서 31명, 이 지역 다른 요양원에서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한 차례 진단검사만 하고 지나갈 게 아니라 종사자 감염 예방 교육, 감염 예방 시설 구축 등 감염 예방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인들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사회적으로 고립되기'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8월부터 방문판매, 직접판매 홍보관을 통한 집단감염이 늘었다. 방역 당국은 9월 말 “어르신들은 ‘무료체험’이나 ‘사은품’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마시고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때는 전국에 확대 적용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때문에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평소 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시설들이 한 달 넘게 문을 닫은 시점이었다..
광명시립 하안노인종합복지관 조승철 관장은 “노인 분들 입장에서는 갈 곳이 없으니 홍보관에 가는 것”이라며 “무조건 복지관 문을 닫거나 이용 인원을 줄이기보다는 정부가 노인들의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여러 다른 즐길거리를 찾을 수나 있지만, 노인들은 이마저도 안 된다. 노인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립된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돌봄 서비스다. 한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더 큰 위험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노인 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보건복지부는 없다'는 평까지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복지부는 모든 관심과 자원을 코로나19 방역에만 쏟아붓고 있다. 노인들에 적절한 돌봄, 심리 지원 같은 세심하고 정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코로나 시대에 맞는 노인 돌봄 정책을 낸 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급식소 운영이 중단되자 각 지역 복지관이나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어르신들에게 손질된 식재료(밀키트)를 제공하는 등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사정은 비슷할 전망이다. 최 교수는 “정부의 내년 노인 복지 예산을 분석한 결과 평년에 비해 돌봄 예산이 강화된 것은 전혀 없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들의 삶이 급격히 바뀌었는데 돌봄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똑같이 하겠다는 것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