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쿠바와 중국의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집단으로 겪은 두통 등 신경계 증상이 고주파 공격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미 정부 연구기관이 결론 지었다.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 아직 조사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으로 퍼질 수 있어 신중한 모습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미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이 구성한 19명의 전문가위원회는 연구 보고서에서 극초단파를 포함한 고주파 에너지가 대사관 직원들이 겪은 두통 증상의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적 노출이나 전염병 등 다른 원인도 고려했으나 피해자의 증상이 고주파 에너지에 의한 공격과 더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 직원 24명은 갑자기 원인 모를 두통과 어지럼증, 기억력 상실 등을 호소했다. 일명 아바나 증후군으로 불리게 된 이 증상은 청각은 물론 뇌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음파 공격'이 원인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미국과 쿠바 간 외교갈등으로 번졌다. 2년 뒤인 2018년에는 중국의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 일부도 같은 증상에 시달렸고 다른 나라를 찾은 미 중앙정보국(CIA) 당국자 중에도 경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전문가위 보고서에는 공격 주체를 명확히 적지 않았다. 러시아와 구 소련이 고주파 기술에 관해 중요한 연구를 했다고 언급한 대목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NYT는 "소련은 1970~80년대 모스크바의 미국 대사관을 극초단파로 공격한 전력이 있다"며 러시아 소행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 국무부는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이 단지 추정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NYT는 "이 보고서는 지난 8월 국무부에 제출됐으나 최근에야 의회의 압력으로 '일부 의회 당국자에게 공유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의회에 전달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