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인 우원식 의원은 지난 5일 검찰이 감사원의 월성1호기 감사 자료를 무단 삭제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을 구속하자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우 의원은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감사원, 검찰의 행태에 법원까지 힘을 실어준 데 대해 참으로 유감”이라며 사법부도 겨눴다. 아슬아슬한 ‘센 발언’에 당내에선 “친문재인(친문) 진영 눈에 들기 위한 전략”이란 말이 나왔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도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퇴진 가능성을 거론해 주목 받았다. 그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고 지금 검찰 상황이 진정되면 추 장관이 모든 임무를 완수했다고 본다"고 했다. 친문 핵심부에서 추 장관 교체를 공개적으로 언급된 건 처음이었다.
역시 '포스트 이낙연'을 노리는 송영길 의원도 바쁘게 뛰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그는 최근 민주당 한반도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과 함께 미국 워싱턴을 찾아 바이든 시대에 대비한 의원 외교를 펼쳤다. 또 지역구가 수도권임에도 가부산 덕도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당권 주자 3인방과는 대조적으로, 내년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민주당 예비 주자들은 더없이 조용하다. 이미 공약 경쟁이 달아오르는 국민의힘과 달리, 보궐선거 주자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추미애ㆍ윤석열 사태'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역시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도 시기를 보고 있다. 보궐선거가 내년 4월 7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 레이스가 시작될 시기가 이미 지났다.
보궐선거 주자들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여권 민심 악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서다. 부동산 정책이나 추ㆍ윤 갈등에 한 마디 얹었다가 중도층 유권자의 반감을 부추길 수 있는만큼, 차라리 조용히 있는 쪽을 택한 것이다.
반면 당원, 특히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마음을 잡으면 승산이 있는 당권 주자들은 현안 관련 입장을 드러내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선명한 발언으로 친문 진영에 눈도장을 찍는 게 유리하단 뜻이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당권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이 격화할수록 ‘본게임’인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못박은 민주당 당헌에 따라, 이 대표는 내년 3월 9일 전에 당권을 내려놔야 한다. 당 대표 결선은 보궐선거 이후인 내년 5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당 대표의 얼굴로 2022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선명성보단 중도 확장성이 필요한 자질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