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확인 서비스' 누가 잡을까…이통사·포털업체 뜨거운 경쟁

입력
2020.12.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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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이달 중 신규 본인확인기관 지정… 네이버·카카오 기대
"검색·메신저에서 금융·상거래로 사업 확대하는데 필요"
시장 장악 중인 이통사는 "포털의 개인정보 빅브라더화 우려"

10일부터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민간 인증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차세대 인증서비스 업체들의 선점 경쟁이 뜨겁다. 특히 인증의 첫 관문인 '본인확인 서비스'를 두고 기존 사업자인 이동통신사와 시장 진입을 노리는 양대 포털사간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중 본인확인기관 지정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대 포털사인 네이버, 카카오와 간편 송금서비스 업체인 토스 등이 9월 방통위에 본인확인서비스 신청서를 제출했다.

본인확인서비스는 새롭게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금융 상품을 개설하는 과정에서 해당자가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다.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이통사 본인확인서비스인 '패스'에 개인 정보와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고, 가입자 휴대폰에 날라온 인증번호를 입력해 확인하는 식이다. 현재 이통3사, 신용평가사, 금융기관 등 총 19개 사업자가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만, 이통3사가 전체 서비스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포털 업체들은 사업 확대와 수수료 절감 등을 위해 본인확인 서비스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민간 인증 시장이 열렸다고 하더라도 이용자가 신규로 서비스를 가입할 때마다 본인확인기관에게 최종 확인을 거쳐야하는 현 구조에서는 사업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포털 업체들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확인 서비스 기능을 갖추게 되면 기존 이통사의 인증 절차 없이도 이용자의 가입, 탈퇴 처리가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포털 업체들은 기존 가입자를 보다 손쉽게 전자 상거래, 금융 등 신규 서비스로 유치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매년 이통사에게 지불하는 수백억원 규모의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이용자로서는 이통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네이버, 카카오의 신규 서비스를 가입하는데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포털 업체에게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이통사는 "포털사가 본인확인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반격한다. 우선 포털은 대면 후 신분증 진위 확인 등의 절차가 없는 만큼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통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4에 따라 휴대폰 가입시 부정이용방지를 위해 가입자 대면 후 신분증 진위확인을 거치고 있다. 이런 절차를 온라인상의 본인확인 절차와 연계하는 만큼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주민번호 수집을 최소화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에도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더해진다. 또 포털 업체들이 커머스∙미디어∙모빌리티∙금융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본인확인기관 자격까지 가지게 될 경우 개인정보를 독식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사실 이런 주장 이면에는 이통사와 포털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도 존재한다. 이통사들은 양대 포털사가 본인확인기관이라는 '날개'까지 달게 될 경우 온라인 플랫폼 자체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보통신(IT)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주체가 늘어날수록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이용의 편의성과 보안성 중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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