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징계 정국'의 분수령이 될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10일 열린다. 징계위가 단 한 번의 회의로 윤 검찰총장 해임을 결정할 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ᆞ공정성 확보 지시가 명분 쌓기용, 면피용 비난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비판 확산으로 레임덕을 앞당기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정권엔 큰 부담이다.
추미애 장관은 줄곧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삼지만 그것이 윤석열 찍어내기를 온전히 정당화하진 못한다. 정권 초기, 개혁의 정당성과 필요성이 정점에 달한 때라면 검찰총장 내치기는 어느 정도의 무리수나 저항에도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검찰 개혁의 주체는 국회다.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입법 완료로 처장 선출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입법화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개혁의 하드웨어보다 검찰 조직 문화 개혁 등 소프트웨어의 구축과 완성에 치중해야 했던 이유다.
그간 추 장관의 검찰 내 ‘윤석열 라인’ 제거와 ‘추미애 라인’ 형성이 가능했던 것은 특수ᆞ공안부 우대에 박탈감을 느끼던 형사부 검사들의 심정적 지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찍어내기는 전체 검사의 등을 돌리게 하고 추미애 라인을 소수로 전락시켰다. 관련 법들이 규정한 지휘 권한과 징계 절차를 모두 무시하며 확인도 검증도 안 된 사유로 징계 추진을 강행한 게 화근이다. 검사들이 정의와 공정을 주요 가치로 삼는 법률가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다. 개혁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검심’(檢心)을 잃고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지 이해도, 수긍도 어렵다.
반면 윤 총장은 지금 검심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검심의 절대 지지를 의미하진 않는다. 추 장관과 조국 전 장관은 검찰을 향해 ‘검찰당(黨)’이라고 쏘아붙였다. 묵묵히 법 집행 일선에서 근무 중인 검사들은 모욕감을 느낄 만하다. 왜 자신들이 권력을 좇는 당파 세력으로 낙인찍혀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권력 눈치를 보며 권력 입맛에 맞는 수사로 출세 가도를 달린 선배들에 대한 원망이나 한탄과 함께 윤 총장에게 묻고 싶을 것이다. 과거 선배들의 행태와 달리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로 인해 검찰이 ‘검찰당’으로 비치게 하고, 검찰이 분열돼 서로 칼을 겨누는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윤 총장은 “정치에 관심 없다” “정무적 감각이 없다”지만 그의 언행은 매우 정치적이다. 정치 행보 프레임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인지 모르나, 그렇게 비치게 한 건 윤 총장 책임이 크다. 법원 결정으로 총장 업무에 복귀할 때 장면을 보라. 그는 “검찰 구성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기자 요청에 굳이 “’우리 구성원’보다 ‘모든 분들’에게 공직자로서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검란 움직임을 보이는 검찰 내부를 먼저 다독이기보다 대국민 메시지를 우선한 것을 검찰총장 역할 이상의 것을 염두에 둔 윤 총장의 인식으로 읽는다면 과한 반응일까.
추 장관 책임론이 비등하지만 윤 총장도 그에 못지않다. 지금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검찰당’의 그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윤 총장이 “퇴임 후 정치를 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선언하지 않은 채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수사 참고자료 송부로 시작된 원전 수사조차 정권에 대한 겁박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정권에 의한 핍박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윤 총장이지만 검찰 조직은 만신창이가 돼 가고 있다. 진정 검찰을 사랑하는 검찰주의자라면 정치적 행위로 비치는 행보는 멈추기 바란다. 그 시작은 “정치 안 한다”는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