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부터 교체한 靑...추미애는 '윤석열 상황' 정리되면?

입력
2020.1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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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국토교통부 장관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명하는 등 4개 부처의 개각을 단행했다. 여러 부처를 묶는 중폭 수준의 개각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이번 개각은 검찰 개혁을 둘러싼 잡음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등으로 추락하는 여론을 의식한 '국면전환용' 성격이 짙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극한 갈등 속에 진퇴 문제가 주목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일단 유임됐다.

김현미 경질은 아니라는 靑..하지만

12·4 개각의 핵심은 단연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입각한 김 장관은 그간 갭투자 규제와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강화 등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집값 안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개각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됐다. 다만 김 장관을 교체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한다는 점이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도 “김 장관은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며 “경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이 김 장관 후임에 정치인이 아닌 부동산 분야 전문가를 지명했다는 점에서 결국 김 장관의 한계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후임 장관으로 지명된 변 후보자는 교수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지내면서 서울의 공공주택 공급 정책을 주도했던 경험이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워 ‘김수현 라인’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야당을 중심으로 "김현미보다 나을게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수차례 '설화' 논란 이정옥 교체

이번 개각에서 정치인 출신으로는 친문재인계 핵심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지명됐다. 3선 의원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 후보자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 대통령의 복심인 ‘3철’로 불린다. 이번 정기국회 처리가 예상되는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 대한 후속을 맡길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수차례 ‘자질 시비’에 휩싸인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임으로는 정영애 한국여성재단 이사가 발탁됐다. 이 장관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비위 때문에 치러지는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성인지 집단 학습 기회’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후임인 정 후보자는 국내 여성학 박사 1호 출신인 여성학 전문가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원년 장관 멤버’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복지부 차관을 맡았던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이 지명됐다.


추미애ㆍ박영선 2차 개각 포함될듯


거취가 주목됐던 추미애 장관은 이번 개각 대상에서 빠졌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극한 갈등 상황이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 추 장관을 교체할 경우, 자칫 ‘검찰과의 전쟁해서 패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권에선 윤 총장 거취가 정리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이후 추 장관도 교체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역시 개각 대상으로 거론됐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이번 개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사발표 직후 “다음번 개각 수요가 있을 수 있다"며 "예견이 어렵지만 (내년 4월) 보궐선거 관련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선 후보군으로 꼽히는 박 장관 등이 2차 개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살아남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처럼 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은 이번 개각이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이 그토록 교체를 원했던 추미애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개각에서 빠졌다"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오기 개각’, 국정 쇄신의 목소리를 못 알아듣는 ‘사오정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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