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숱한 논란 끝에 10일로 연기된 가운데, ‘징계위원 기피신청’ 문제가 또 다른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징계위원 명단 공개 문제를 두고 윤 총장 측과 법무부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기피 신청을 위해 사전에 명단이 공개돼야 하는 입장인 반면, 법무부는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윤 총장 측의 ‘기피신청 대상 1순위’는 당초 거론됐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아니라,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청와대를 겨누고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 변호인을 지낸 이력 때문에, 현 정부와 갈등을 겪는 윤 총장 징계 심의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자 전날 이의신청서를 냈다. 징계위원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기피신청 여부를 정할 수 있고, 만약 기피신청을 할 경우엔 그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하는 만큼 최소한 징계위 하루 전에는 명단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게 윤 총장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비공개’ 방침이 완강한 데다, 법률적으로도 윤 총장 측이 사전에 명단을 받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우선 검사징계법상 징계위원 기피 관련 조항에 ‘징계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등의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를 ‘정치적 편향성 우려’와 결부시키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또 위원 공개 시점에 대한 명문 규정도 없다. 대법원 판례도 “징계 심의 기구가 징계 혐의자에게 징계 심의ㆍ의결에 앞서 (명단을) 고지해야 할 법령상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돼 있다.
이런 탓에 윤 총장 측은 10일 징계위 당일 위원들 면면을 확인한 뒤, 기피신청을 하겠다는 ‘플랜B’를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명 또는 위촉하는 검사 2명 및 외부인사 3명 중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징계위원이 있으면 곧바로 기피를 신청하겠다는 것이다.
기피대상 1순위는 당연직인 이용구 차관이다. 현재까지 징계위 참여가 확실히 공개된 유일한 징계위원이다. 윤 총장 측은 이 차관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데다, 그가 차관 내정 직전까지 ‘월성 원전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를 맡았던 사실에 비춰 이미 윤 총장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다고 본다. 윤 총장 측은 “다른 징계 위원이 누구든 간에 이 차관은 무조건 기피 대상”며 “이 차관의 전력이 가장 하자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연직 위원인 법무부 차관이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검사징계법이 기피신청 대상의 범위를 딱히 제한하는 것도 아니다. 윤 총장 측 인사는 “차관이 기피되면, 법무부 직제상 차관 직무를 대리하는 간부가 대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 지금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주변에선 심 국장과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장 등이 언급되는데, 윤 총장 측은 심 국장이 징계위에 참여하면 기피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이 법무부에 전달되는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 사실상 ‘사건 당사자’나 다름없다는 이유다.
만약 징계위원 기피신청이 실제로 이뤄지면, 해당 인사의 참여 여부는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에 의해 결정된다. 기피신청 대상인 징계위원은 해당 의결에서 배제된다. 기피가 받아들여질 경우엔 예비위원 3명 중 1명이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