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출을 보기 위해 부산 영도구청 옆 산책길을 찾았다. 이른 새벽이었지만 제법 많은 사람이 나와 아직 어둠이 깔린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잠시 후 바다 위로 붉은색이 번지더니 불덩이 같은 태양이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붉었던 해가 맨눈으로 보기에 아플 정도로 빛을 발하면서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다. 일출의 감동을 간직한 채 자리를 뜨려는 순간,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건물 창문에 눈길이 갔다. 어슴푸레 남은 붉은 기운과 꼿꼿한 해송들, 그리고 때마침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르신의 모습이 한 장면에 담겼다. 그때 내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읽었던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자신의 배보다 큰 청새치와의 사투, 잡은 청새치를 물어뜯으려는 상어와의 싸움, 뼈만 앙상하게 남은 청새치를 항구로 끌고 가는 노인….
그 소설 속 노인과 지금 내 눈앞에 걸어가는 어르신의 모습이 겹치면서 가족을 위해 온갖 고난을 헤치고 살아왔을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올해도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라고 때이른 새해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