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한국사 영역 20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의의를 짚은 문제가, 높은 배점임에도 지나치게 쉽게 출제돼서다.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빗댄 ‘정부 맞춤형 문제’라는 정치적 비난까지 나왔지만, 정작 입시전문가들은 '해프닝' 정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한국사 20번 문제는 지문으로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기린 노태우 전 대통령의 1992년 1월 연두 기자회견 담화문을 제시하고, 해당 정부의 정책을 고르라는 것이다. 정답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했다’는 5번이다.
그런데 '당백전을 발행하였다' 등 5지선다 객관식 문제에서 제시된 다른 대답들은 너무 시대가 맞지 않은 예전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다. 1번부터 4번까지는 현대 이전, 5번만 현대 시기 이야기라는 게 너무 티나 보였다.
한국사 20번 문제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논란을 일으키면서 정치적 문제가 됐다. 윤 의원의 SNS에는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라는 강압”이라는 등 문제 자체를 비판하는 댓글 수백개가 달렸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괜한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일단 한국사 20번 문제의 지문 자체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담화문이다. 현 정부와는 무관한, 30년 이전의 일이다. 거기다 한국사 과목은 상대평가에서 절대 평가로 바뀌면서 문제가 전반적으로 쉬워졌다. 한국사는 50점 만점에 4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데, 그 비율이 지지난해엔 36.52%, 지난해엔 20.32%에 달했다. 거기다 통일 관련 문제는 늘 1개 정도씩 출제됐다. 대성학원의 한 관계자는 “매년 수능 한국사에서 나온 유형”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승렬 종로학원하늘교육 콘텐츠 총괄이사도 “한국사 20번 문항 같은 유형은 지난해 수능에서 3개, 6월 모의평가에서는 9개가 출제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한국사에 대한 기본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중요한 내용을 쉽게 출제하는 게 원칙"이며 “개별 문항의 출제의도 등에 대한 출제위원의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