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방어권 보장’ 차원이라면서 감찰 기록을 윤 총장 측에 제공하면서도, 정작 그의 핵심 징계 사유인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에 대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쏙 빼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는 당초 “윤 총장에게 직권남용죄를 묻기 어렵다”는 법무부 파견 검사의 법리검토 의견이 담겨 있었으나, ‘추미애 라인’으로 분류되는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지시로 ‘죄 안 됨’ 부분이 최종 삭제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던 문건이다. 오는 10일 윤 총장 징계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의 고의적인 누락으로 드러날 경우 또 다시 ‘절차적 공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 측은 전날 오후 법무부에서 책 5권으로 구성된 윤 총장 감찰기록을 넘겨받았다. 총 2,000쪽에 달하는 분량이었다고 한다. 앞서 윤 총장 측은 그동안 “징계위 심의 때 방어권을 행사해야 하니 감찰기록 전체를 제공해 달라”고 법무부에 줄곧 요청해 왔다. 특히 판사 사찰 의혹이 제기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보고서’에 대한 법무부의 법리검토 결과를 기재한 1ㆍ2ㆍ3차 보고서를 모두 넘겨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윤 총장 측에 전달한 감찰기록에는 해당 문건의 법리검토 보고서가 단 하나도 담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로 파견된 이정화 검사는 당초 “문건과 관련, 윤 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이 어렵다”는 취지의 1ㆍ2차 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박 담당관이 ‘죄 안 됨’ 부분 삭제를 지시했고, 결국 공식 감찰기록에는 형사처벌 여부가 아니라 ‘직무배제 사태 이후 윤 총장 측의 문건 입수경위에 따라 징계가 가능할 순 있다’는 의견 정도가 담긴 3차 보고서만 편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징계혐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건네졌다는 감찰 자료에는 윤 총장에 유리한 1ㆍ2차 보고서는 물론이고, 꼭 그렇게만은 볼 수도 없는 3차 보고서까지 통째로 빠져 있었다는 얘기다.
윤 총장 측은 이번 징계 국면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이 바로 ‘판사 사찰 의혹’이라는 점에서, 법무부가 일부러 법리검토 보고서를 누락한 채 감찰기록을 넘겨준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한 감찰기록에 편철된 최종본(3차 보고서) 정도는 징계 혐의자에게 제공하는 게 온당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날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감찰 기록을 전부 제공하지 않은 것 같다”고 공식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예를 들면 50쪽에서 곧바로 100쪽으로 건너뛰는 식으로 중간중간에 빠진 부분이 있다”며 “어제 받은 감찰기록이 전부인지, 누락된 부분이 있는 것인지, 누락된 부분을 추가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감찰기록 대부분은 언론기사 스크랩이며, (실제) 감찰 조사에 대한 기록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