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대표 "日정부 소녀상 철거 요구가 도리어 독일인들 관심 불러왔다"

입력
2020.12.04 13:00
김소연  독일NRW 경제공사 한국대표 TBS 출연
"철거 위기였던 베를린 소녀상 영구 설치 길 열려"
"소녀상 배경 몰랐던 독일인 학구열 자극, 상황 반전"

독일 베를린시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영구 설치의 길이 열린 것과 관련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부인인 김소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가 "일본 정부의 압박이 독일 시민에게 거부 반응을 일으킨 게 상황 반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월 슈뢰전 총리와 함께 소녀상 철거 결정을 내렸던 미테구청장에게 이를 철회해 달라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본 정부가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비판적인 역사 의식을 지닌 독일인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배경을 진지하게 파고드는 학구적인 독일인을 자극해 소녀상이 뭔지 몰랐던 독일인이 소녀상의 의미를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미테구의회의 소녀상 영구 보존 촉구 결의안 의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거 명령 철회 요구 집회에 지역 거주 독일인들이 참여한 것도 이와 연관이 깊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범국가로서 책임감을 더 느끼고 이 문제를 좌시할 수 없어 소녀상의 존치를 위해 더 목소리를 높여준 것 같다"며 "독일 시민들이 꽃과 인형을 가져다 놓고 날마다 소녀상을 닦기도 하는 등 소녀상에 큰 관심을 보여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요구로 번복하기 어려울 것"

마테구의회의 의결 과정에 대해서는 구청장의 소속 정당인 녹색당이 주도적으로 발의해 찬성 24표, 반대 5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설치 기한 연장이 가결됐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말 소녀상 설치 후 일본 측의 항의로 미테구청이 철거 명령을 내렸고, 지난달 압도적인 찬성으로 철거 철회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다시 소녀상을 영구 보존하자는 결의안이 가결된 것이다.

그는 구의원들이 기명투표로 표결한 데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일본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선출직인 지역구 의회가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이뤄낸 결정인데다 의원들 스스로도 그간의 무지를 반성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소녀상 설치 전까지 일본이 전쟁 중에 성폭력을 가한 사실을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거나 '이것은 소녀상에 대한 우리 지역주민들의 연대의 표시다’ 등의 구의원 발언을 소개하며 이번 의결의 번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사민당 대표는 철거 명령이 철회됐음을 일본 대사관에 알려달라는 이야기까지 했다"며 "일본 대사관이 더 이상 관련 내용을 거론하기를 거부한다는 신호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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