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관심 노린 北, 도발할수도...외교부 "비건 후임 조기 임명해야"

입력
2020.12.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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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당국이 미국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 차원의 '대북 유화 메시지 발신'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북핵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수준의 제스처라도 취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3일 "북한 입장에서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떨어지고, 원하는대로 협상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관심을 끌기 위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극단적 정치 양극화 해소다.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큰 북핵 문제에 대한 주의를 끌기 위해 전략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바이든 당선인 측에 '대북 메시지 조기 발신'을 설득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고위 당국자는 "우리 생각에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의 후임을 조기에 임명해 발표하는 것이 북한에 보다 명확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 협상팀을 임명하고 의회의 허락을 받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라도 이런 메시지를 보내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대북 실무 협상을 주도한 비건 특별대표의 후임을 지목하는 것만으로도 협상 재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따라서 북한의 군사 도발 의지도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이란 뜻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 문제를 다뤘던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화상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에 대북 정책을 결정해 북한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캠벨 전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우리가 본 것은 '다소 긴 시간의 연구 기간'이었고, 그 기간에 북한은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도발 조치를 취했다"고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되레 핵실험 등 북한의 전략 도발의 원인이 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다음주 쯤 한국을 방문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서 사실상 마지막 방한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이뤄진 북핵 협상에 대한 토의와 평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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