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징계' 거리두는 청와대… 대통령 재량권 정말 없을까

입력
2020.12.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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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이미 내려진 결정 서명하는 수준" 해석
"중대사안이면 책임 전혀 없는 것 아냐" 의견도

"대통령은 징계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그대로 집행하는 것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 후임자로 이용구 변호사를 임명한 지난 2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놓고 청와대가 강조한 대목이다. 징계위 결정에 따른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 징계와 관련해 대통령 재량권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진 않고 있다.

이번 사례와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이 '대통령의 재량권'을 인정한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 소송에서다. 2012년 대법원은 "대통령이 KBS 사장 해임에 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면서 정 전 사장의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감사원법에 따라 '감사원의 해임 요청→KBS 이사회의 해임 제청→이 전 대통령의 해임 처분' 순서로 이뤄진 정 전 사장 사례를 윤 총장의 징계 절차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공무원법상 행정소송 피고는 '소속기관의 장'이어서 윤 총장이 향후 징계 처분에 불복한다 해도 상대방은 문 대통령이 아니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기도 하다. 이 전 대통령이 피고였던 정 전 사장 때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실제로 윤 총장 사례의 경우, 법률 전문가들은 '법령에 명시된 대통령 재량권이 없다'는 해석에 대체로 동의한다. 검사징계법은 '검사의 해임ㆍ면직ㆍ정직ㆍ감봉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대통령이 징계 수위를 바꾸거나 거부하는 절차는 없다는 것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법원이 선고하면 검사가 형 집행장에 서명을 해야 교도소에 수감되는데, 대통령이 징계를 집행하는 것 역시 그 정도 수준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통령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견도 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 절차를 조율할 실질적 권한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재량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징계위 결정을 바꾼 전례도 없지만, 검찰총장 징계와 같은 중대 사안이라면 처분을 미루는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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