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각종 부정거래를 막는 조치를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특금법 개정안)'이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가운데, 디지털 자산업계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규정이 없었던 암호화폐가 제도권 내로 편입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각종 규제로 인해 업계 안팎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3일 오전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온라인 중계를 통해 공개한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에서 전문가들은 특금법 시행을 두고 "거래 투명성을 높여 디지털 자산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금법 개정안은 그동안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으로 혼용되던 용어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가상화폐거래소 계좌를 은행 실명계좌와 연동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신설하는 등 무분별하게 난립했던 암호화폐 시장에 질서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임지훈 두나무 전략담당 이사는 "그동안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불법 재산 거래를 자체적으로 식별하려는 노력을 해 왔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었던 것이 현실"이라며 "(특금법 개정안으로) 가상자산 사업자의 역할이 명확해진 만큼 산업을 투명하게 이끌어 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 은행과 실명입출금계정 계약을 맺고 실명 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는 가상화폐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네 곳뿐이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시행되면 200여 곳으로 추정되는 중소형 거래소가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현재 중소형 거래소들은 이른바 '벌집계좌'로 불리는 법인계좌를 통해 투자자들의 입출금을 관리하고 있다.
이에 윤종수 광장 변호사는 "그동안 제도권 밖에서 투자자 자금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유령 거래소 등으로 인한)'먹튀'의 피해도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었다"며 "자격이 없는 사업자를 걸러주는 개념으로 개정안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역시 실명입출금 계좌 사용이 의무화되는 만큼 해당 시스템이 마련된 거래소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이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를 거래소 측에 제공해야 한다. 다만 임 이사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력이 필요한 부분일 뿐, 투자자에게 특별히 부담되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제도의 안착을 위해 정부는 물론 사업자와 투자자들 스스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 변호사는 "이번 규제를 통해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란 두 마리 토끼를 얻을 수도 있다"며 "지금보다 확장된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컴벌랜드 디알더블유 홍준기 아시아 대표는 "디지털 자산 사업자들로선 블록체인(가상화폐 관련 기술) 같은 기술적인 면 외에도 금융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