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귀 재천명이 불안한 중동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을까. 최근 발생한 이란 핵 과학자 암살 사건 이후 현지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취임(1월20일)까지는 한달 반이 넘게 남았다는 점에서 상황이 유동적이지만, 중동 안정이 바이든 행정부의 1순위 외교 목표가 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 안정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핵 프로그램을 두고 (이란과) 협상하는 것”이라며 “이란 핵 합의가 중동 핵 군비 확장 경쟁을 막는 열쇠”라고 밝혔다.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과 미국, 여기에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나머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P5+1)까지 참여해 체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파기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발언은 이를 되돌려놓겠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대선 공약에도 있었고 지난 9월 미 방송 CNN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핵합의를 엄격히 준수한다면 미국도 이 합의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심상치 않다. 앞서 지난달 27일 이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주도했던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헤란 인근에서 암살을 당했고 이란은 보복 방침을 밝혀왔다. CNN은 2일 암살 사건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는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 발언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계속 실행을 위한 전권을 위임했고 이번 주와 다음 주 대이란 추가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이란 압박 강도를 높여 핵합의로 복귀하지 못하게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못박기’인 셈이다.
이란 의회는 1일 우라늄 농축 수준 상향과 유엔 핵 사찰 거부 법안을 1차 투표에서 통과시킨 상태다. 지난 1월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드론 폭격으로 살해하고, 이란은 이라크 미군기지에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하면서 일촉즉발 상태로 대치한 적도 있다. 이란이 이번에도 보복에 나설 경우 제재 완화는 어려워지고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해도 관계 회복을 곧바로 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NYT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폭탄을 갖게 되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이집트도 핵무기를 가지려는 압박이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렇게 될 경우) 그 지역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마지막 빌어먹을(goddamn) 일은 핵능력을 증강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 입장에선 중동 국가 연쇄 핵무장이 최악의 시나리오인 만큼 취임 즉시 이란과의 핵합의를 원상으로 돌린 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16일 이란 핵합의 관련 국가 외교관들이 비엔나에서 만나 합의 보존 논의를 한다”고 전해 외교 해법 모색 가능성도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