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역대 가장 조용한 수능이 치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학생들의 고사장 앞 응원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그뿐 아니다. 시험장 책상 위엔 칸막이가 설치되고, 복도에선 발열검사가 진행되는 등 코로나19는 익숙했던 수능 풍경을 180도 바꿔 놓았다.
이날 오전 수능 고사장인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은 한마디로 적막했다. 지난해만 해도 수능 고사장 앞은 수험생을 격려하러 온 재학생 응원단과 학원 관계자들로 북적거렸지만, 올해는 수험생 자녀를 배웅하는 학부모들만 이따금 나타났을 뿐, 응원 열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년의 경우 대다수 학교가 재학생 및 교사로 구성된 응원단을 구성해 수능 당일 주요 고사장 정문에 배치해 왔다. 수험생에게 따듯한 음료나 간식거리를 전달하며 용기를 북돋는데,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더 힘차고 참신한 응원을 선보이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곤 했다. 여기에 학원·교습소까지도 응원전에 가세하기도 했다.
매년 수능의 상징처럼 펼쳐지던 후배들의 큰절도, 대형 학원의 인형탈 홍보도 없는 낯선 수능 풍경이 등장한 것은 교육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단 응원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늘면서 교육 당국은 응원 자제는 물론 학부모들도 수험생을 배웅한 뒤 서둘러 고사장을 벗어날 것을 당부했다. 교육당국의 방침에 맞춰 각 지자체 교육청은 아예 응원 '금지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서로 경쟁하듯 북을 치며 함성을 지르는 재학생 응원단이 없다 보니 교문 앞엔 정적마저 흘렀다. 이날 전국 주요 고사장에선 응원단 대신 사상초유의 '코로나 수능'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몇몇 취재진들만 교문 앞을 지켰다.
코로나19는 고사장 내부 풍경도 바꿔 놓았다. 교문 앞에서 수험표를 확인하고 고사장에 들어 온 수험생들은 전원 발열 검사와 손 소독을 마친 뒤에야 입실이 가능했다. 시험장 내 책상에는 넓고 긴 시험지 규격을 고려해 정면에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시험장 내 머무는 수험생의 숫자도 눈에 띄게 줄었는데, 거리두기를 위해 고사장을 전년 대비 2만여곳 이상 늘린 덕분이다.
당초 방역 절차로 인해 수험생 입실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입실 시작 시간을 30분 앞당긴 데다 수험생들이 서두르면서 입실 완료 시간은 오히려 예년보다 더 빨랐다. 실제로 이날 이화외고 고사장의 경우 수능일 아침이면 단골로 등장하던 지각 수험생을 볼 수 없었다.
한편, 해마다 수능 당일 주요 번화가마다 긴 수험 생활의 끝을 자축하는 학생들로 가득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만큼 수능 뒤풀이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의 학생 고객 대상 '수험표 할인' 이벤트 역시 대폭 축소되거나 자택에서 즐길 수 있는 항목으로 변경됐다. 서울시는 시험 종료 시간에 맞춰 노래연습장,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중 방역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