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린 공매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에 빌려주는 주식(대주) 규모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공매도 자체에 대한 개인들의 불신이 크고, 개인 대주 규모가 확대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해 시스템 도입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증권금융은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인대주 접근성 개선'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유통 금융대주 개요 및 활성화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증권금융이 지난 7월 안동현 서울대 교수팀에게 맡긴 '개인 공매도시장 개선 방안' 연구용역의 중간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이 우선 주식을 빌려야 한다. 하지만 주식을 빌리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 놓인다.
신용도 파악이 쉬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예탁결제원 등을 통한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쉽게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개인은 증권사 등을 통해 주식을 직접 빌려야 해 공매도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도 6개에 불과해 개인의 대주시장 규모는 연 230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주 서비스를 취급하는 증권사를 늘리고 대주 재원을 확대하자는 게 증권금융의 제안이다. 이를 통해 지난 2월 기준 715억원에서 약 20배인 1조4,000억원까지 대주재원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해도 개인들이 얼마나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인 공매도가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다.
대주 서비스를 취급하는 증권사를 늘리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제안된 의견 등을 검토한 뒤 개인 공매도 활성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