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아파트 화재 또 인재...전기난로에서 '펑' 소리 후 화재

입력
2020.12.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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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현장 대피자들 모두 전기난로서 불" 진술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중에 난 불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는 업체에서 가져온 전기난로가 터지면서 시작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정유섭 과학수사대장은 2일 “연소 패턴으로 봤을 때 화재는 거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은 공사 관련 물품 감정과 향후 수사내용을 종합해서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수대는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과 합동 감식을 벌였다.

장재덕 군포경찰서 형사과장은 “화재 당시 베란다에서는 창틀 교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고, 거실에는 전기난로가 놓여 있었다”며 “현장에 있었던 인부, 집주인 등으로부터 ‘갑자기 거실에서 펑 소리가 들렸고, 전기난로에서 불길이 치솟아 도망쳐 나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집주인 가족 3명과 근로자 5명 등 모두 8명이 있었다. 근로자 5명 중 4명은 모두 불법체류자였다. 불이 나자 출입문과 가까운 방에서 작업 중이던 외국인 3명과 집주인 3명 등은 모두 빠져나왔지만, 베란다에서 작업하던 한국인 A(32)씨와 태국인 B(38)씨 등 2명은 추락, 숨졌다.

전기난로에서 왜 불이 났는지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난로가 있던 거실에서는 우레탄폼을 담은 캔 15개, 우레탄폼 스프레이건 등이 널브러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4명 중 2명이 옥상 계단참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 경찰은 옥상 출입문은 열려 있었다고 이날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옥상의 출입문은 최초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이 확인한 결과 열려 있었다”며 “계단에서 숨진 주민 2명은 옥상 출입문을 지나쳐 엘리베이터 권상기실(기계실) 입구 계단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이들이 권상기실 문을 옥상 출입문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화재 발생 후 30여분 만에 불은 완전 진압됐지만, 11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과 관련, 소방대의 진화ㆍ구조작업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 진압차가 아파트 입구를 막아서면서 소방 사다리차 진입이 지연됐다는 게 대표적이다. 또 아파트 출입구 반대편에 주차장이 있었음에도 민간 사다리차가 입주민 1명을 구하고 나서야 소방차가 진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일 한 입주민이 오후 4시 43분에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민간 사다리차가 12층의 여성을 구조하는 장면에 소방차는 보이지 않는다. 소방차는 민간 사다리차가 12층 여성을 구조하고, 15층 초등생 남매를 구조할 때에야 투입됐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한 입주민은 “민간 사다리차가 주민을 구하는 동안 소방 사다리차는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포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진압차와 함께 출동한 것으로 안다”며 “소방 사다리차 출동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테리어업체 대표와 현장에 있던 유류품과 작업도구 등 수거물을 바탕으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화를 면한 외국인 근로자 3명은 관련 규정에 따라 추방됐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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