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롯데)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이 ‘스스로 판공비를 올렸다’는 셀프 인상 논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그간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은 판공비에 대해서는 “조속히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고 액수 과다 논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회장은 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선수협회장 판공비와 관련한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지난해 회장 취임 후 판공비를 기존 2,4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인상했고 △이를 개인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입금받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선수협회비는 프로야구 전체 선수 연봉의 1%를 모아 조성된다. 최저 연봉(2020년 기준 2,700만원) 선수부터 고액 연봉자까지 모두 해당된다.
먼저 ‘판공비 셀프 인상’ 의혹에 대해 이 회장은 판공비 인상 결정은 2017년 3월 18일에 이사회에 참석한 각 구단 선수들의 의견에 따라 결정됐고 회장 선거는 같은 달 19~21일 진행됐기에 판공비 증액 시점과 자신의 취임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협 회장직은 2017년 4월부터 공석이었다. 그래서 2019년 3월 18일 임시 이사회가 개최됐고 이 회의에 모인 선수 30명이 후보 선정과 투표 방법을 논의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이사회에는 10개 구단에서 선수 3명씩 모두 30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어 “당시 모두가 꺼리는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판공비를 증액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절반 이상의 구단이 찬성하면서 증액하는 것으로 가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3월 19~21일까지 진행된 회장 선거에서 다른 선수가 당선됐다면 그 선수가 판공비를 받았을 것”이라며 “600명이 넘는 선수들이 투표하기에 누가 회장으로 당선될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라고 반박했다.
회장에 당선된 데 대해서도 “당시 구단(롯데)이 많은 금액을 들여 (나를) 영입했기에 나는 야구에 전념해야 했던 상황”이라며 “내가 (회장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전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판공비를 현금으로 지급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에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역대 회장 및 이사진에 지급되는 비용을 ‘판공비’로 이름 붙였지만 사실상 세금 공제 후 지급되는 보수ㆍ급여의 성격”이라며 “실제로 판공비 외 별도 수당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시국 이전엔 한 달에 한번 정도 서울을 오가며 회의가 열렸다”면서 “후배들이나 협회 사무실 직원들과 식사를 하거나 서울-부산을 오가는 경비 등으로 사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판공비가 법인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된 점과 증빙 서류 없이 불투명하게 집행된 데 대해서는 “전임 회장 때부터 관례였기에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조속하게 바로 잡겠다”라고 약속했다. ‘판공비 액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임시 이사회 결의 과정에서 좀더 깊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