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넘는 사업비가 투입돼 경남 역사상 최대 규모 국책사업으로 불리던 ‘부산항 제2신항(진해신항) 건설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관문을 넘지 못해 무산됐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예타 재도전" 의사를 밝혔고, 정치권에선 "지역 표심에 밀려 가덕도신공항처럼 언제 살아날 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진해신항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사업은 10조2,007억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인근 해상 일원에 3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스마트항만과 방파제 2.2㎞, 접안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사업이 담긴 '2030 항만정책 방향과 추진전략'을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하고,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결국 사업 추진의 전제조건인 예타 관문을 넘지 못했다.
예타는 조사 수행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경제성을 분석하고, 10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재정사업평가 분과위원회를 통해 종합평가(AHP)를 하게 된다.
진해신항 건설사업은 경제성을 판단하는 비용대비편익(B/C)에서 통과 조건인 1에 못 미치는 0.92로 평가됐다. 이후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 균형발전 등 세 가지 평가 항목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따져 진행된 AHP 분석 결과, 0.497로 역시 통과 조건인 0.5를 넘지 못했다.
예타 탈락으로 경남 최대 국책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리자, 기대감이 컸던 지역민심은 싸늘히 식고 있다. 정부가 타 지역 개발 사업에는 `예타 면제` 특권을 주면서 진해신항 공사에만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여당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예타 조사를 받지 않도록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경남 민심을 감안해 정치권이 진해신항 사업 역시 향후 예타 조사 면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내후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가 예정돼 있다.
KDI와 분과위는 해수부에 해당 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사업을 세분화해 추진하면서 예타를 받을 것을 제안했다. 해수부도 "건설 사업을 2단계로 나눠 예타 조사를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우선 내년 안으로 1단계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