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세 곳서 발견된 훼손 시신...아라뱃길 변사체 미스터리

입력
2020.12.02 18:30

올해 5월 29일 오후 3시 24분쯤 인천 계양구 경인아라뱃길 목상교에서 경기 김포 방향으로 800m 떨어진 수로에서 운동을 하던 시민이 훼손된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부패가 심했던 이 시신 일부는 한 여성의 왼쪽 다리로 확인됐다.

9일 뒤인 6월 7일에는 시신 일부가 처음 목격된 곳에서 5.2㎞가량 떨어진 아라뱃길 귤현대교 인근 강둑에서 시신 일부가 추가로 발견됐다. 귤현대교에서 김포 방향으로 600m거리에서 경찰 체취증거견(수색견)이 발견한 시신 일부는 여성의 오른쪽 다리로 파악됐다. 약 한달 뒤인 7월 9일에는 계양구 방축동 계양산에서 약초를 캐던 주민이 백골화가 진행된 여성 변사체를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계양경찰서 형사과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미제팀 등 46명 규모로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6개월간 수사를 벌였으나 변사체 신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아라뱃길 등지에서 발견된 훼손 시신과 변사체의 유전자 정보(DNA)가 모두 일치한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변사체의 두개골 등을 토대로 복원한 얼굴 그림을 공개하고 시민들 제보를 받아 수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훼손 시신은 30, 40대 여성...경찰, 시신 얼굴 복원 사진 공개

경찰은 지난 6개월간 수사 단서를 찾기 위해 아라뱃길과 계양산 일대를 134회 수색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와 통신자료도 분석했다. 또 실종자와 미귀가자, 데이트 폭력·가정 폭력 피해자, 1인 거주 여성 등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으나 변사체 신원이나 사망 경위를 밝혀내지 못했다. 시신에서 나온 치과 치료 흔적을 토대로 한 수사에서도 별성과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대상자 경우 그 가족의 DNA까지 채취해 분석했다"며 "백골화가 이미 진행돼 지문이나 사망에 이르게 할 만한 상처 등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현장에서 국적 등 신원을 특정할만한 유류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국과수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변사체를 160~167㎝ 키의 30, 40대 여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혈액형은 B형으로 확인됐다. 위턱 왼쪽 치아에서 금 인레이, 아래턱 왼쪽과 오른쪽 치아에서 레진 치료 흔적도 발견했다.


강력 사건 가능성에 무게...경찰 "제보 여러건 접수해 확인 중"

경찰은 시신이 훼손된 점, 훼손된 시신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살인이나 시신 훼손·유기 등 강력 사건에 관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 5월 16일 경기 파주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과 관련성을 수사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 결과 두 사건 사이 연관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를 감안할 때 사망 시기가 최근 1년 이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 초기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사고를 당한 후 시신이 훼손돼 아라뱃길 수로로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으나 계양산에서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경찰은 전날 변사체 얼굴 복원 사진과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들에게 제보를 요청했다. 제보를 통해 난항을 겪고 있는 수사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부터 제보를 받은 결과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와 유의미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변사체의 신원과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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