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우레탄폼...군포 아파트 화재 희생 키웠다

입력
2020.12.01 22:36
화재 현장에 우레탄폼 10여캔 발견
경찰 "자세한 화재 원인 조사 중"



11명의 사상자를 낳은 경기 군포의 아파트 화재 사건에서도 '우레탄폼'이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38명이 숨진 4월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 화재 참사, 5명의 목숨을 앗아간 7월 경기 용인의 SLC물류센터 화재 때와 같은 비극이 반복된 것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군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 37분쯤 군포시 산본동 25층짜리 아파트의 12층에서 불이나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아파트 주민 6명도 유독가스가 포함된 연기에 피해를 입었다. 화재를 목격한 한 주민들은 "12층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불은 30분만에 모두 껴졌지만 인명 피해가 유독 컸다. 경찰은 화재가 발생한 12층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우레탄폼 용기 10여캔을 발견했다"며 "캔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삽시간에 번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레탄폼 캔이 터지면서 발화된 건지, 화재가 난 뒤 우레탄폼 캔에 불똥이 튀면서 발화한 것인지, 선후관계는 정밀 감식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우레탄폼은 단열을 위해 건축 내장재로 사용되는 자재로, 불에 타기 쉽고 폭발적으로 연소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불에 타면 시안화수소 등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만들어내 화재 피해를 크게 키우는 물질이다. 이번 화재로 공사장 인부 2명이 대피할 겨를도 없이 지상으로 추락해 숨지고, 옥상으로 대피하려던 주민 2명이 계단참에서 목숨을 잃은 것도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화재 현장보다 높이 위치한 13층과 15층에서 각각 3명의 부상자가 나왔고, 이들 6명은 연기 흡입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받고 있다.

지난 4월 경기 이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용접작업 중 발생한 불꽃이 천장 마감재 속에 있던 우레탄폼에 튀면서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8시부터 불이 최초 발생한 12층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등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군포= 임명수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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