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분위기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퇴진으로 흐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의 '동반·순차 퇴진론'이 급부상한 지 하루 만인 1일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 가 독대했다. ''윤 총장 정리' 등 소임을 다하고 나면 추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점차 커지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굳이 진화하지 않고 있다. 추 장관의 거친 행보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다.
1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따르면, 추 장관은 오전 11시 15분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면담했다. 오전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국무회의가 끝나자 마자 청와대로 향한 것이다. 면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함구했고, 법무부는 "추 장관이 '현 상황'을 보고했다"는 원론적 입장만 전했다. 추 장관의 거취가 정권 차원의 초대형 이슈인 만큼, 어떤 수위로든 대화 테이블에 올랐을 것이다.
청와대가 추 장관의 퇴진은 상수로 두고, 퇴진 시점을 고민하는 단계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로부터 "추 장관과 윤 총장 갈등으로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고민이 많다"고 답했는데, 이는 '동반 퇴진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추 장관이 '직을 지키기 위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문 대통령을 급히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달 30일 검사징계법상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이를 인지한 추 장관이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징계위 강행 의사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추 장관이 청와대로 향하기에 앞서 정 총리와 10분간 독대했는데, 이 자리에서 '사퇴 권유'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고민이 많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의 뜻을 정 총리가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사실상 '물러날 때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추 장관의 청와대 방문 일정은 미리 예정된 것이 아니었다.
추 장관 측은 '사퇴론'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법무부는 추 장관과 문 대통령이 만났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정 총리와의 독대에서도 '사퇴'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의 단호한 입장은 '추 장관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추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검찰 개혁을 마치기 전까지는 정치적 욕망이나 야망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추 장관 교체 시계는 이미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추 장관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문재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 은 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고 지금 검찰 상황이 진정되면 장관으로서 모든 임무를 완수했다고 본다"며 추 장관 거취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친문계에서 추 장관 퇴진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건 처음이다.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징계처분 조치가 절차적으로 부당하다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결과, 윤 총장 직무배제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 등은 추 장관의 '강성 행보' 명분을 떨어뜨렸다. 추 장관 본인이든,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든, 추 장관 거취에 대해 '결단'을 해야 할 시간이 임박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