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아파트 화재 유족 "옥상문 잠겨 있었다... 진상 밝혀달라"

입력
2020.12.02 04:30
소방당국 "사망자 비상구 못 찾아  탈출 못한 듯"

사망자 4명을 포함해 1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 당시 주민 대피장소인 옥상 출입문의 자동개폐장치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옥상으로 어어지는 비상구 표시가 제대로 돼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 유족 측은 "옥상 문이 안 열려 죽었다고 하면 그건 살인"이라며 경찰과 소방당국에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옥상 비상문에 비밀번호 잠금장치...평소 닫혀 있었다"

경찰은 1일 화재가 난 산본동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아파트 옥상 출입문이 평소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 수 있는 잠금장치로 잠겨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실제 이날 화재로 숨진 4명 가운데 불이 난 12층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2명 이외에 나머지 2명은 아파트 15층 엘리베이터 권상기실(기계실) 앞 계단 주변에서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기계실이 옥상문보다 한 계단 더 올라간 곳에 설치돼 있다. 긴박한 화재 상황에서 옥상 출입문을 지나쳐 탈출구를 찾다가 참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해당 개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출동한 소방 대원들도 개폐장치를 확인했으나, 장치가 화재로 소실돼 화재 발생 당시 문이 열려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평소에는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열리도록 잠금장치가 꽉 잠겨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주민 2명 옥상보다 높은 엘리베이터 기계실 앞서 발견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 대피로에 비상구·비상통로 표시가 부실해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피해자들이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계실 문을 비상탈출구로 착각하고 갔다가 막다른 길에 막히면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당시 옥상으로 대피하려던 사람들이 비상구를 찾지 못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파트 관리소 측은 "옥상 위가 박공지붕(삼각형 지붕)이라 추락사고 위험이 커서 평소에는 열어놓을 수 없었다"며 "화재 경보가 울리면 자동으로 잠금이 풀리도록 돼 있어서, 화재 당시 잠금장치는 열려 있었다"고 반박한다.

옥상문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6년 이후 건축된 아파트에선 상시 개방해야 한다. 옥상문을 평소 닫아놓을 경우 화재 시에는 자동으로 열리는 개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아파트 특성상 화재시 연기가 복도 등에 가득 찰 수 있기 때문에, 1층으로 향할 수 없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조치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1994년 지어져 안전 관련 법률이 소급 적용되진 않지만, 화재 위험에 대비해 아파트 동마다 옥상에 자동 개폐장치를 설치했다는 게 아파트 관리소 측 설명이다. 하지만 잠금장치가 해제됐다고 해도 문이 닫혀 있고 비상구를 알리는 표시마저 부실했다면 탈출이 힘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은 정확한 진상규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은서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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