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세 추진 소식에 전통적 ‘굴뚝 산업’인 철강ㆍ시멘트ㆍ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 섞인 반응들이 쏟아졌다. 탄소세는 석유나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와 이를 사용하는 기계ㆍ설비ㆍ에너지원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때문에 탄소세 도입이 기업의 생산활동 억제로 작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허덕이는 기업들에겐 또 다른 규제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1일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는 건 이해하지만 이를 위해선 기업에 대한 규제 정책과 함께 인센티브 정책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기업 기술개발, 재정ㆍ투자 지원 등의 대책은 전혀 없고 규제 정책인 탄소세부터 무턱대고 추진한다는 건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걱정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 10월 국내기업 119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2.9%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세로 국내 철강기업들을 규제하면 값싼 중국산 철강이 국내시장에 물밀듯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정부가 오히려 망가뜨리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탄소 배출권거래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걷겠다는 건 정부의 이중과세란 지적도 제기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기업들은 이미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 할당량을 구매하고 있는데 탄소세를 또 지불하라는 건 이중과세”라며 “탄소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중 정부가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시멘트 업계는 탄소 배출권거래제로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탄소세까지 부과되면 내수 시장까지 막히며 생존의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염려했다. 현재 국내 시멘트업계의 1톤당 수출액은 6만원 정도인데, 이중 탄소 할당량 구입에 드는 비용만 3만~4만원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수출 금액에서 탄소 할당량을 지불하고 나면 기업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거의 없다”며 “그래서 연간 1,000만톤에 달하던 수출량이 탄소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연간 500만톤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수출보단 내수 시장에 집중해왔는데 탄소세까지 부과되면 시멘트업체들은 모두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업계의 의견을 전혀 수렵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컸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해 환경부, 산업부 등과 논의한 적이 있지만 형식적인 절차로 생산적인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정부가 탄소세와 관련해선 국내 기업들과 아예 의견을 주고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