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추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노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법원으로부터 한진칼에 대한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 허용 결정을 얻어내면서다. 산은을 지원군으로 확보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3자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의 지분율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양사의 이번 빅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조 회장은 세계 7위 규모의 항공사의 수장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 이승련)는 1일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산하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KCGI는 지난달 18일 "산은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은 조 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자금 지원"이라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신주발행은 상법 및 한진칼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KCGI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산은을 우군으로 맞이한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경쟁에서 3자 연합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됐다. 산은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약 10.7%의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비록 산은이 약 1,700억원인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전체를 담보로 경영성과가 미흡할 땐 이를 처분해 경영 일선에 퇴진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당장 3자연합이 아닌 조 회장의 우호지분임엔 분명하다. 결국 산은까지 포함할 경우 조 회장의 지분율은 47.33%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3자연합의 지분율은 희석되면서 40.4%로 떨어진다. 3자 연합이 보유한 신주인수권 164만6,235주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지분율은 42.9%에 그친다. 산은의 유증 참여 이전, 지분율에서 조 회장측에 비해 앞섰던 3자연합의 구도가 적지 않은 격차로 역전되면서 사실상 게임은 끝난 모양새다.
조 회장도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기업결합심사에서 제동이 걸리는 등의 이변이 없는 한 세계 7위 규모의 통합 항공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사의 통합으로 탄생할 합병사는 메가 항공사급이다. 비행기 보유대수에선 대한항공 164대와 아시아나항공 79대를 합쳐 243대로 늘어나고, 매출 규모에선 대한항공 12조2,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 6조9,000억원을 더해 20조에 육박한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 및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