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추미애 단독 사퇴해 달라” 첫 요구

입력
2020.12.01 15:40
'추미애-윤석열 동반 사퇴론' 나오자 반박 글
"추 장관, 검찰 개혁 추진할 자격·능력 없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ㆍ직무배제 조치에 대한 검찰의 반발 기류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현직 검사가 아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 내에서 공개적으로 ‘추 장관 사퇴’ 요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장진영(41ㆍ사법연수원 36기)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1일 오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추미애 장관님, 단독 사퇴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이 밝혔다. 장 검사는 이 글에서 “(추 장관은) 더 이상 진정한 검찰개혁을 추진할 자격과 능력이 없으니, 국민들을 상대로 진정한 검찰개혁의 의미를 왜곡하거나 호도하지 말고 진정한 검찰개혁을 위해서 장관직에서 단독 사퇴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 사태의 해법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추 장관-윤 총장 동반 사퇴’가 아니라, ‘추 장관 단독 사퇴’라고 주장한 셈이다.

장 검사는 “추 장관이 법무부 최고 수장으로서 7가지 권한을 남용했다”며, 그 사유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먼저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덮고 민주적 통제를 앞세워 검찰을 장악하려는 검찰개악을 추진하면서, 마치 이를 진정한 검찰개혁이라고 국민들을 속임으로써 그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 감찰ㆍ징계 청구에 대해서도 그는 “절차와 법리 검토를 무시하고 황급히 감찰규정을 개정했으며, (윤 총장의) 비위사실을 꾸미고 포장해 위법ㆍ부당한 직무배제와 징계요구를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형사사법 시스템 완비 업무 등한시 △검찰 구성원 이간질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도 추 장관의 권한남용이라고 장 검사는 꼬집었다.

검찰 내부에선 그간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ㆍ직무배제 조치를 철회해 달라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급기야 검찰총장 대행인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마저 전날 추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 발만 물러나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추 장관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 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미애-윤석열 동반사퇴론’까지 꺼내드는 상황에 이르자 ‘추 장관 단독 사퇴’ 요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장 검사는 “(윤 총장을) 동반 사퇴로 끌어들인다면 이는 사퇴의 순간까지도 검찰을 정치로 끌어들여 진정한 검찰개혁을 더욱 욕보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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