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동안 단체로 방호복을?…이들은 왜 사서 고생할까

입력
2020.12.02 09:00
방호복 입고 단체 출국하는 200명 기업인 사진 화제
한 기업인 "베트남 특별입국, 격리 힘들지만 견딜만해"

"무슨 일이 있길래 복장이 왜 이렇게 무서운 거죠?"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약 200명이 비행기 안에서 단체로 방호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비행기 내부 뒤편에서 승객들을 촬영한 사진으로, 탑승객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체로 자리 앞에 놓인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지만, 일부는 방호복을 입은 채 화장실을 가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이에 '왜 다같이 방호복을 입고 있나요?', '별일이 있는 건 아니죠?'란 댓글로 궁금증을 나타내며 걱정했다. 일부는 '다른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들 같다'(a*****),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 게임인 어몽어스의 캐릭터 같다'(분****) 등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상의 "베트남, 기업인 특별입국 안정적으로 진행 중"

많은 누리꾼의 궁금증을 자아낸 사진 속 인물들의 실체는 알고 봤더니 기업인들이었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자신을 베트남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출국하는 기업인이라고 소개했다. 이 누리꾼은 자신을 포함한 많은 기업인이 특별입국으로 베트남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에 입국한 뒤 호텔에 격리 중인 사진도 올리며 "여행사가 중간에서 잘 관리해줘 숙식에는 문제가 없다. 나름 쾌적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텔로부터 받은 도시락 사진도 올렸는데, 김치찌개와 달걀 장조림, 생선구이 등 한식으로 추정되는 음식이 많았다.

올해만 세 번째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는 작성자는 "다만 시간이 너무 안 가 미칠 것 같다"며 "내년에는 격리 없이 베트남을 왕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기업인들은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베트남에 특별입국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한 나라가 많지만, 베트남은 한국 정부와 대한상의의 노력으로 경제 활동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나마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에게 숨통을 트이게 해준 셈이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25일 베트남에 특별입국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4월 말부터 7개월 넘게 기업인들의 신청을 받아 특별입국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 달에 두 번 정도 꾸준히 비행기를 띄우는데, 한 번에 200여명의 기업인들이 베트남에 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일본은 상황에 따라 기업인들의 입국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지만,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입국이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3월 22일부터 외국인의 입국이 금지된 베트남에 전세기를 마련해 기업인들의 특별입국을 돕고 있다. 한 번 입국하면 최대 3개월 동안 베트남에 머무를 수 있다. 4월 29일 1차 방문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까지 14차례 진행됐고, 약 3,500여명이 이 특별입국 절차를 이용했다.

방호복 입은 채 베트남에 입국, 2주간 강제 격리

그러나 기업인들의 베트남행이 호락호락한 건 아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72시간 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증명서부터 입국 이유를 상세히 적은 내용 등 준비할 서류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방호복을 꼭 입어야 한다. 이는 베트남 항공사가 요구한 필수 조건이다. 비행기 탑승 전 방호복을 입어야만 베트남에 들어갈 수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약 7~8시간 동안 두꺼운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땀을 뻘뻘 흘린 채 가까스로 베트남 땅을 밟았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다. 지정된 호텔에서 2주 동안 강제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 정해진 방 안에서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격리 생활인데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게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며 "식사는 가급적 한식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호텔 측과 사전에 조율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한날 같이 출국한 기업인들과 단체 메신저 방을 만들어 기업인들이 겪는 어려움이 해결되도록 돕고 있다.

그나마 이렇듯 험난한 입국 과정을 거친 기업인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스포츠 의류를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는 연초에 100만장 주문을 받았지만, 생산 차질을 빚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현지 한국인 관리 인력은 없었고 코로나19로 입국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트남 특별입국으로 제때 납품을 완료했고, 추가로 약 39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한다. B사는 베트남 현지 기술 및 장비 시연으로 300억원 규모의 발주 기회를 얻었다.

실제 대한상의가 최근 코로나19 이후 베트남 특별입국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입국했던 기업인 중 67.3%가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12.6%였다. 보통이라고 답한 기업인들은 20.1%였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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