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전세’ 가봤더니… 시설은 ‘우와’, 전세난 해결은 ‘글쎄’

입력
2020.12.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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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층 기본형 방과 6층 복층형 방은 한눈에 봐도 새 집 느낌이 가득했다. 침구류와 책상, 에어컨, 냉장고 등 빌트인 시설에 개인 수납 공간도 갖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입주자는 몸만 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별 욕실은 깔끔했고, 바닥 난방은 개인 조절이 가능하다. 한쪽 벽면에 창문도 있어 채광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기존 호텔 방을 개조했기 때문에 주방 시설과 세탁기는 공용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LH는 이를 두고 "호텔 시설을 기숙사 용도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교통은 신설동역(2호선) 250m, 안암역(6호선) 400m 거리로 접근성이 좋다.

베일 벗은 호텔 전세

정부가 전세난 해결의 한 방편으로 제시한 이른바 ‘호텔 전세’가 1일 베일을 벗었다. LH는 이날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안암생활’을 공개했다. 이 건물은 전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직접 가 보시라. 청년에게 굉장히 힘이 되는 주택”이라고 자신했던 청년 맞춤형 주택(19~39세)이다.

2012년 준공해 비어있던 ‘리첸카운티 관광호텔’을 LH가 리모델링 했고, 총 122호(복층형 56호ㆍ일반형 66호)를 공급한다. 전용 면적은 13㎡와 17㎡, 보증금은 시세 45% 수준(보증금 100만원에 월 임대료 27~35만원·전용 면적 및 복층 여부에 따라 상이)에 관리비는 월 6만원 가량이다.

지난 8월 입주자격을 갖춘 청년을 대상으로 입주자 모집을 완료했고, 청약 경쟁률 2.3대1을 뚫고 지난달 30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날 입주할 방을 둘러본 이한솔(27)씨는 “깨끗하고 시설이 잘 돼 있어 새 건물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첫 인상을 표현했다. 20세부터 자취를 했다는 이씨는 "처음 살던 논현동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 다음 집 건국대 인근과 면목동은 3,000만원에 45만원이었다. 방 크기는 비슷하지만 임대료가 훨씬 저렴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안암생활은 엄밀히 말하면 청년임대 주택으로 정부가 지난달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LH가 추진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호텔을 개조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호텔 전세 방안과 비슷하다. 정부는 최근 부쩍 늘어난 1인 가구 전월세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도심의 빈 상가와 호텔 등 숙박 업소, 공장 건물 등도 공공 임대로 전환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세난 잡을 지는 의문

1인 가구에는 결코 나쁘지 않은 환경과 거주 조건이지만 과연 개조한 호텔방이 치솟는 전셋값을 잡을 지는 물음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이 키우는 사람보다는 1~2인 단기 거주자에 적합한 방식”이라며 “월세를 낮췄다고 하지만 관리비를 합치면 그렇게 낮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월세 가격은 1인 가구 때문에 오르는 게 아니라 두세 칸 방이 있는 걸 원하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원룸 시장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전세난 해결에는 큰 효과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상업 시설을 주거 효과로 바꾸면 순증 효과가 크다. 호텔은 도심에 위치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좋아 직주근접형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자녀와 사는 3~4인 가구의 정주 공간으로는 힘들다. 전세난의 근본 해결책은 될 수는 없지만 이처럼 공급이 다양화되면 전세불안 기간을 조금은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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