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반사이익' 베트남, 글로벌 투자 '핫 플레이스'로 우뚝

입력
2020.12.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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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코로나 시대 韓기업 분투기

편집자주

국내 일간지 최초로 2017년 베트남 상주 특파원을 파견한 <한국일보>가 2020년 2월 부임한 2기 특파원을 통해 두 번째 인사(짜오)를 건넵니다. 베트남 사회 전반을 폭넓게 소개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변하는 베트남의 오늘을 격주 목요일마다 전달합니다.



현 시점에서 베트남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이른바 '핫 플레이스'다. 기존 중국 공장과 거리가 가까워 이전이 용이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비교적 우수한 방역 역량을 보여줘 장기적 투자 안정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강국인 일본과 중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연합(EU) 기업들의 현지 진출 흐름도 거세다. 올 초 "우리가 곧 '포스트 차이나'가 될 것"이라던 베트남 정부의 공언이 점점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시장 도전자는 중국이다. 2일 베트남 투자청(SCIC)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 FDI 4~5위권에 머물던 중국은 올 9개월 동안만 총 18억7,600만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해 3위로 올라섰다. 중국기업의 우회 투자 경로인 싱가포르가 같은 기간 67억8,600만달러(1위)를 투자한 점을 고려하면, 중국계 자본이 같은 기간 2위 한국(31억6,900만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돈을 베트남에 쏟아 부은 셈이다. 중국에 밀려 FDI 순위가 4위로 떨어진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취임 후 첫 방문국을 베트남으로 선택하는 등 다급한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은 대선의 혼돈 속에서도 지난달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베트남에 보냈다. 그는 방문 기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 기업들이 베트남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10억달러 규모의 사전 계약 체결을 주선했다. 올 8월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EVFTA)를 맺은 EU도 현지 진출에 적극적이다. 독일은 현재 베트남과 진행 중인 361개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자국 기계 및 화학 업체의 진출을 더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와 영국 등도 현지 투자를 위해 베트남 정부와 개별 협상을 시작했다.

베트남 투자청 관계자는 "올 하반기 미 애플의 최대 자회사인 폭스콘이 박장성(省)에 2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짓기로 발표한 것까지 포함하면 향후 미국의 대 베트남 투자 예정액이 30억달러는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무역갈등으로 자국 생산 제품의 직수출 경로가 막혀 서둘러 남하한 중국계 자본의 투자가 더 늘고 EVFTA까지 활성화되면 베트남 내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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