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는 ‘3차 재난지원금’ 예산으로 최대 4조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는 지난 9월 일부 자영업자 등에 선별 지원된 2차 재난지원금(7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격상(24일)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선 '최소' 실탄만 확보하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 당정은 내년 초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내년도 본예산에 3조6,000억~4조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반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에 대해 “지금은 영업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자영업 피해규모를 추산할 수 없기에 딱 최소 수준의 예산만 확보하는 게 맞는다”고 언급했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9일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에 (재난지원금 용도로) 2조원을 순증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목적예비비(5조4,000억원) 중 1조원을 재난지원금 용도로 돌리고, 기존 사업예산을 삭감해 6,000억~1조원을 조달하는 한편 국채(빚) 2조원을 신규로 발행하면 최대 4조원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정은 이같은 예산을 ‘비상금’ 성격의 예비비로 편성한 후, 향후 코로나19 피해가 집계되면 세부 지급안(案)을 설계할 방침이다. 이 스케줄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 설 연휴(11~14일) 전에 지원금이 지급된다. 다만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3차 재난지원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영업이 제한ㆍ금지된 자영업자, 코로나19로 실직한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만 담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2차 재난지원금 ‘패키지’에 포함됐던 △통신비 2만원(4,000억원) △중학생 이하 아동 돌봄지원비 15~20만원(1조3,000억원) 등 민생 예산은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4조원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내년 초에 즉각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문턱은 재원이다. 당정은 3차 재난지원금 규모에는 합의했지만, 이 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선 생각이 다르다. 통상 예산안의 증액은 여야가 감액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전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홍 부총리는 기존 예산 5조원을 깎고 국채 2조원을 발행해 7조원의 증액 ‘공간’을 확보한 후, 여기서 3차 재난지원금(+4조원), 코로나 백신(+1조원), 기존 사업 증액(+2조원) 등을 충당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8조5,000억원, 11조6,000억원의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안에서 최소 1조5,000억~4조6,000억원 만큼 기존 예산을 더 삭감하거나, 국채를 더 찍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각종 지역구 사업과 보육ㆍ주거 등 민생 예산에 대한 증액을 포기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제시한 5조원 감액에서 추가로 더 예산을 깎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국채 발행규모가 2조원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