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에 휘청하는 거대 여당...민심 싸늘·개혁은 삐끗

입력
2020.1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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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민생ㆍ개혁 법안의 국회 통과를 자신했다. 국회 의석 174석에 '개혁'이라는 명분이 합쳐져 '절대 반지'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그런 구상이 '추미애'라는 변수를 만나 어느새 엉클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징계 청구 사태가 정국을 온통 빨아들이면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국정조사'를 주장하다 멈칫한 뒤로 이슈 주도권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부작용으로 민주당이 국정 동력을 놓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기국회에서 文 국정과제 입법 끝내겠다더니

이 대표는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연내 출범을 위한 공수처법 개정안ㆍ'공정한 경제 질서'를 앞세운 경제 3법, 즉 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통합감독법 개정안ㆍ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 등 15개 법안 목록을 만들어 정기 국회(12월 9일 종료) 내 통과를 공언했지만, 험로를 만났다. 윤 총장을 엄호하는 검찰이 격하게 반발하고, 여론도 싸늘해지면서 공수처 출범 강행 여부부터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경제 3법은 재계 반발 속에 여론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당내 의견 통일도 되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은 벌써부터 '임시 국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디데이'를 12월 9일 이후로 늦추겠다는 것이다. 최인호 수석 대변인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상황들 때문에 정기 국회에서 중점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임시국회를 여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를 입법적으로 매듭지어야 한다”는 이낙연 대표의 공언이 빈말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文 정부 견제' 위한 야당 지지론 확산

‘윤석열 찍어내기’를 향한 민심도 심상치 않다. 한국갤럽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0%로 취임후 최저치(39%)에 근접했다. 내년 4월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서울과 부산 여론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조사에서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를 찍었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6%에 그쳤다. 서울과 부산·울산·경남에서 ‘야당 후보 당선’을 지지하는 응답이 각각 57%, 56%로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온 것은 민주당에 위협적인 경고등이다.

민주당은 그럼에도 '후퇴는 없다'고 벼르고 있다. 윤석열이라는 '걸림돌'을 더 빨리 제거하고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에 실패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막지 못한 과거를 반면교사 삼겠다는 각오도 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이 문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 분명하다”며 “여론 반발이 있어도 반드시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