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부족 가시화 ... 정은경 본부장 "자가치료 기준 마련하겠다"

입력
2020.11.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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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확진자 병상 부족에 대구로 이송 
어린이, 젊은층 자가치료 필요성 제기
"연말까지 대면모임 없다 생각해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우려했던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병상 확보를 위해 경증 환자의 자가치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던 목소리는 오래됐지만, 방역당국은 이제야 구체적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30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학회, 지자체 등과 협의해서 자가치료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행한다면 12세 이하 어린이 등 필요성이 제기된 이들부터 적용하고 이후 확대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전담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 혼자 격리돼 있기 어려운 어린이들, 그리고 코로나19에 걸려도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지 않은 젊은이들의 경우 자기 집에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자가치료를 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하는데다 시스템, 인력, 비용 등 행정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방역당국이 태도를 바꾼 건 최근 상황 변화 때문이다.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금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0~500명 선을 오가는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중환자 병상 548개 가운데 확진자가 즉시 쓸 수 있는 병상은 77개, 14% 수준이다. 경북, 전북, 전남 지역은 입원 가능한 중환자 병상이 없다. 수도권에서도 서울 9개, 인천 15개, 경기 12개 정도만 남았다. 이날 부산 방역당국은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확진자 20명을 대구로 급히 보내야 했다. 정 본부장은 “자가치료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부분들을 검토해서 도입 시기나 절차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방대본은 또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 같은 고위험시설 종사자에 대해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를 진단하는 유전자증폭 검사는 체내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있는지를 확인하지만, 신속항원검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감염 여부를 20분 안에 확인할 수 있으나, 정확도가 떨어진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현재 2주 간격으로 코로나19 선제검사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양성을 조기에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방대본은 지난주(11월 22~28일) 코로나19 감염 재생산지수가 1.43으로, 그 전주 1.52에 비해 낮아졌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그러나 “1 이하로 유지되지 않는 한 유행의 크기는 계속 커진다”며 “1, 2주 뒤 하루 확진자가 700~1,000명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 연말 대면 모임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38명 증가했다. 전날(450명)에 이어 이틀 연속 신규 확진자 400명대다. 서울 강서구 댄스·에어로빅 학원, 경기 용인시 키즈카페, 충북 제천시 김장 모임, 경북 경산시 음대, 부산 연제구 종교시설 등 전국 곳곳 집단발병과 관련된 확진자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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