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의혹 윤미향 재판 시작... '치매 이용여부' 핵심쟁점

입력
2020.11.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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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의원, 사기 등 8개 죄목 모두 부인
길원옥 할머니 심신장애 여부 공방 예상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들어온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56)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의연 이사장)에 대한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윤 의원이 정의연 이사장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치매 등 심신장애를 악용해 재산상 이득을 봤는지가 재판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문병찬)는 30일 윤 의원에 대한 첫번째 공판준비기일(공판 이전에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 방법을 논의하는 절차)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참석이 의무가 없어 윤 의원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쟁점1: 치매 할머니 상금을 기부금으로?

검찰이 9월 윤 의원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죄목은 총 8개다. 윤 의원은 △보조금관리법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준사기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윤 의원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며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 중 재판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부분은 준사기 혐의다. 준사기는 상대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죄인데, 검찰은 2017년 11월 윤 의원이 중증 치매를 앓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를 종용해 길 할머니가 상금으로 받은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기부 이전부터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며 "적어도 기부 당시 길 할머니가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의료 기록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에서 윤 의원 측은 윤 의원과 길 할머니가 매우 협조적 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의원 변호인은 "길 할머니는 매우 헌신적으로 서로 도와가며 일했다"며 "그 부분(치매)을 악용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고, 의사 능력이 없는 것을 이용해 (기부금을) 받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길 할머니가 심신장애 상황에 있었던 것이 맞고 윤 의원이 치매를 이용해 기부를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 동안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활동가'라고 자부해 온 윤 의원의 경력에 크나큰 오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2: 정의연 후원금 사적으로 사용했나?

또 하나의 쟁점은 정의연이 후원금을 실제로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계좌 5개를 이용해 총 3억3,000만원을 모금했고, 그 중 5,755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재판에서 "자신의 영달을 위해 횡령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절차 부분에서도 검찰과 윤 의원 측은 자료의 열람·복사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다. 첫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검찰과 변호인이 쟁점마다 한치의 양보없는 공방을 펼침에 따라, 윤 의원의 1심 재판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 의원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애초 지난달 26일이었지만, 윤 의원 측이 "기록이 방대해 재판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기일 변경을 신청하면서 이날 처음 재판이 열렸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1일이다.

최은서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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