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대박 터뜨린 '줌'... 제2의 '줌메이징' 기업은 누구?

입력
2020.12.05 09:00
16면

편집자주

실리콘밸리 특파원 출신인 손재권 더밀크 대표가 세계 테크 산업의 중심인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벌어지는 리얼 스토리를 생생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로블록스는 왜 상장에 성공했나

코로나 팬데믹이 지배했던 2020년을 상징하는 회사는 어디일까?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기업들도 있지만 2020년의 최고기업을 꼽으라면 단연코 ‘줌(Zoom)’일 것이다. 줌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학교이자 학원이며 회사였고 헬스클럽이었다.

이는 실적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줌은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2분기 연속 350% 이상 성장한 어메이징한 기록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줌메이징(Zoomazing)’이다. 직원수 10명 이상을 둔 유료 기업고객은 43만3,7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5%, 전 분기 대비 355% 성장했다. 코로나 직전인 1월엔 유료 고객이 8만2,000명에 불과했다. 줌은 백신이 나오면 성장세가 꺾이고 주가도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온라인 콘퍼런스 서비스 ‘온줌(OnZoom)’ 등 새로운 서비를 내놓고 있는데다 플랫폼도 확장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새너제이에 본사를 둔 줌은 지난해 3월 상장했다. 상장 후 1년 만에 588% 넘게 올랐으며 올해만 603%나 올라 미국 상장 기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제 2, 제3의 줌을 노리는 회사가 속속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 회사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와 미국 배달앱 1위인 도어대시(Doordash) 그리고 온라인 게임기업 로블록스(Roblocks)다. 이들은 지난달 말 미 증권위원회(SEC)에 상장 서류(S-1)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 세 회사는 줌처럼 코로나 팬데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이 시대를 상징하는 회사라는 특징이 있다.


에어비앤비, 회복력을 증명하다

에어비앤비는 줌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을 상징하는 회사로 꼽힌다. 줌이 ‘폭발 성장’ 측면에서 상징이라면, 에어비앤비는 ‘추락’을 상징한다.

2020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에어비앤비는 6월 3일을 상장 D-데이로 잡고 ‘역대급’ 상장 대박 꿈에 부풀어 있었다. 에어비앤비는 실리콘밸리 공유경제 기업의 대표로 손꼽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모든 것을 바꿔놨다. 여행객이 크게 줄고 에어비앤비 이용률도 급감했으며 기업가치는 반토막이 났다. 실제 올해 9월 30일 기준(1~3분기 누적) 숙박 예약 건수는 1억4,690만건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2억5,110만건)보다 41%나 감소했다.

그러나 에어비앤비는 놀랍게 컴백했다. 3분기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여서 지난 1, 2분기 적자에서 흑자(순이익 2억1,933만달러)로 전환했다. 수요 회복도 빠르다. 3분기 분기별 예약 건수는 6,180만건으로 2분기(2,800만건)보다 120% 증가했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28% 감소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약이 급감한 2분기와 비교하면 V자 반등이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는 연내에 ‘상장 성공’ 스토리를 쓰려 한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300억~330억달러로 잡았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이후 기업가치가 180억달러까지 떨어졌는데, 월가의 분위기가 호의적인 것을 감지하고 상장 가격을 높게 설정했다. 에어비앤비의 상장 성공은 코로나 이후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성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 충격으로 큰 타격을 받더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회복력(Resilience)’에도 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사건이다.

도어대시, 배달이 수익 사업임을 증명

미국의 ‘배달의 민족’인 도어대시도 12월 중 상장한다. 도어대시는 미국 배달 시장 1위 기업이다. 도어대시는 상장 후 가치를 250억~280억 달러로 잡았다. 주당 가격은 75~85달러로 전망된다.

도어대시는 마지막 펀딩 라운드에서 기업가치가 156억달러였는데, 이보다 63% 정도 높은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IPO)은 ‘타이밍’인데 도어대시는 2020년 12월 상장 시기를 잡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어대시에게는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이 '굿 타이밍'이었다. 주문 건수는 지난 9개월간 5억4,000만건 이상으로 작년 같은기간 대비 3배 폭증했다. 딜리버리에 익숙지 않던 미국인들조차 음식 배달앱을 이용하기 시작한 혜택을 톡톡히 입었다. 미국 내 39만9,000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도어대시 플랫폼으로 음식을 배달하고 있으며 한 달간 1,800만명이 이용한다. 동일 매장 매출도 전년대비 59% 늘었다.

지난 2018년 17%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도 올해 49%로 수직 상승했다. 2위 우버이츠(22%)와 3위 그럽허브(20%)를 합쳐도 따라잡지 못하는 압도적 선두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파고든 전략이 주효했다. 도어대시의 상장 성공은 수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코로나 이후엔 ‘현금 창출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될 것임을 시사한다.

많은 투자자가 출혈 경쟁이 심한 '주문형 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회의를 품고 있었는데, 도어대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86%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여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배달 습관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도어대시는 앞으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로블록스, 미래 인터넷 메타버스 선두 주자

인터넷 게임회사 로블록스도 곧 상장 대열에 합류한다. 로블록스는 7~12세가 핵심 이용자층인 게임이다. 올해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유명한 비디오게임 ‘마인크래프트’의 활성 사용자 수를 추월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로블록스는 일반 게임회사가 아니라 미래 인터넷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력한 후보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상장으로 로블록스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인터넷 기술의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다. 메타버스는 ‘초월, 그 이상(beyond)’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 또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이용자들이 아바타(avatar)를 이용해 단순히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하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소유, 투자, 보상받을 수 있는 세계를 뜻한다. 3차원 그래픽의 가상공간일 뿐 아니라, 가상과 현실이 상호 작용하면서 새로이 탄생하는 초월적 하이브리드 공간이다.

로블록스는 상장 증권신고서(S-1)에서 ‘메타버스’란 단어를 16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게임 이용시간이 급증하면서 지난 9개월간 가상화폐(사이버 머니, 로벅스) 판매로 거의 1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점은 미래 디지털 경제를 보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비즈니스 모델도 확실하다. 사용자가 서비스에 접근하려면 가상화폐를 구입하거나 로벅스 프리미엄이라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 회사는 직접 게임을 만드는 게임회사라기보다 개발자에게 자신만의 게임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에 가깝다.

로블록스도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주다. 지난 9개월간 활성 이용자 수 3,110만명, 매출은 5억8,700만달러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로블록스의 상장 성공은 ‘코로나 팬데믹 수혜주’를 넘어 코로나 이후 인터넷 비즈니스가 바뀌며 ‘메타버스’는 유력한 후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돈이 몰리고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는 것은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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