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는 ‘3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막판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 등 기성 사업 구조조정으로 3조6,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실탄’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감액으로 조(兆) 단위 재원 마련은 불가능하다”며 추가 국채(빚)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박홍근 민주당ㆍ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비공개로 만나 3차 재난지원금 예산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지난 26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고용 취약계층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당초 정부안에 없던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키로 뜻을 모았다. 이후 재원 조달 방식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며 예산안 심사의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전 국민 87%)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1조3,000억원)을 확보하고 3차 재난지원금 예산까지 대려면 최소 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기존 예산을 삭감해 이 같은 ‘뭉칫돈’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상 정부안이 국회 심사를 거쳐 감액되는 규모가 4조원”이라며 “이 감액분 전체를 재난지원금에 쓴다면 주거ㆍ교육 등 기존 예산은 한 푼도 증액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적자 국채 5조원을 추가로 찍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555조8,000억원 규모인 ‘슈퍼 예산’을 '초슈퍼 예산'으로 늘리는 것을 감수하자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추가 빚잔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며 이미 89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키로 했는데, 여기서 더 빚을 내면 재정 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진다는 논리에서다. 대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한국판 뉴딜’ 예산(21조3,000억원) 중 선심성ㆍ전시성 예산 약 6조원을 삭감해 3차 재난지원금과 각종 민생 예산을 충당하자고 주장한다.
기획재정부 또한 추가 국채 발행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채 2조원 발행+기존 사업 2조~3조원 감액’ 같은 절충안도 여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급 대상 또한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린다. 앞서 국민의힘이 꺼낸 3차 재난지원금 지급안에는 △영세 자영업자 100만~200만원 지급 △실직ㆍ휴·폐업 위기 가구 40만~100만원 지급 △초ㆍ중ㆍ고등학생 긴급 돌봄 20만원 지원 △어린이집 보육료 30만원 인상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긴급 돌봄, 보육료 등 민생 예산은 ‘전액 삭감’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목적 예비비만 증액해 놓은 후, 향후 피해가 집계되면 세부 지급대상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29일 오후 비공개 고위 당ㆍ정ㆍ청 협의를 열고 3차 재난지원금 예산 편성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면 3차 재난지원금을 예산안에 반영하는 문제는 별 문제 없이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