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투쟁이 달라졌다... '목숨 걸기' 대신 '조곤조곤'

입력
2020.11.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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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대여(對與) 투쟁이 달라졌다. 지난 27일 시작된 '청와대 앞 초선 의원 1인 시위’는 정확히 1년 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장소에서 벌인 단식 투쟁과 겹친다. 1년 전과 달리 이번엔 당 안팎의 호응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는 '환경'이 조성돼 있고, 추미애·윤석열의 진흙탕 싸움 견제라는 '명분'도 갖췄기 때문이다. 장외 투쟁을 하되,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는 전략 덕에 '화력'도 세졌다.


文 지지율 역대 최저치 근접한 날 1인 시위 시작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 중인 1인 시위를 국민의힘이 작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27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배제에 항의하는 '수신인 문재인 대통령'의 질의서를 전달하고 여의도로 복귀하려 했다. 청와대가 의원들을 '문전박대' 하고 7시간이나 기다리게 하자, 즉석에서 시위로 전환했다. 처음부터 썩 내켜 하진 않았다. 황 전 대표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철회 등을 요구하며 “죽기를 각오한 단식”을 한 것이 여론에 좋지 않은 잔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1년 전과 확연히 달랐다. 2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1월 4주차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 대비 4%포인트 떨어진 40%로 나오면서 '해 볼 만 한 시위'라는 인식이 퍼졌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최저치인 39%에 근접한 결과였다.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 평가한 응답자 중 약 5%가 ‘검찰ㆍ법무부 갈등에 침묵ㆍ방관하기 때문’을 이유로 꼽은 것에도 국민의힘은 의미를 실었다.

'불통 비판'이라는 강한 명분… 초선 위주의 ‘온건’ 시위

대여 투쟁의 명분도 다르다. 황 전 대표가 장외 투쟁에 나선 건 공수처 설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저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법안 자체의 '개혁 의미'가 컸던 탓에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읽힐 공산이 컸다.

이번 국민의힘 1인 시위가 내세운 명분은 여론이 눈쌀을 찌푸리는 ‘추ㆍ윤 갈등’과 여민심이 격하게 공감하는 '부동산 대책 항의'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코로나19로 시름에 잠긴 국민에게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 폭탄 고지서’를 배포중이다. 직무 정지를 시키려면 윤 총장 이전에 김현미 장관 직무부터 중단시키라”고 직격했다.

초선 위주의 '온건 투쟁'이라는 점도 색다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천막이 등장하고 ‘목숨을 건 투쟁’이라는 과격한 구호가 나왔던 1년 전엔 당에서도 ‘여론이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오히려 점잖다고 평가 받는 21대 국회 초선들이 나서는 모습이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시위 현장을 방문해 "청와대 정무팀이라도 나와서 제대로 된 답을 하고 수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소통과 협치를 이야기하던 문 대통령와 청와대 '불통'이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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