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아파트 있으면 적폐?" 은퇴자 불만에 시달리는 국민청원

입력
2020.11.29 18:00
은퇴자 "종부세, 노후 자금으로 내야 해" 
"세금 내기 싫은 심보" 싸늘한 시선도


"은퇴자는 강남에 살 수 없나요? 종부세 납부하려고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합니까?"

급등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50대 은퇴자들의 아우성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로 모이고 있다.

올해 종부세 고지 대상자는 66만 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5만명 늘었다. 세액은 지난해보다 5,450억원(42.9%) 올라 1조8,148억원을 기록했다.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다음날인 24일 한 청원자는 "강남에 아파트 하나 가지고 있으면 적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퇴직하고 삶의 뿌리를 옮기는 게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 안 해보셨나. 이제는 국가가 살 곳을 지정해주는 것이냐"면서 "이익을 실현한 것도 아닌데 적당히 세금 부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은 29일 기준 5,100명의 동의를 받았다.

26일 한 청원자는 "부동산 가격 올라 돈많이 올랐다고 종부세 많이 걷으면 나중에 떨어질때는 나라에서 환급해주냐"면서 "열심히 일해서 집 한 채 산 사람도 집값 올랐다고 세금 부과하니 재산의 가치가 떨어질때는 정부에서 가져간 세금만큼 다시 돌려줄건가"라고 꼬집었다.


"부부 공동명의, 특별공제 대상에 포함해달라"


종부세 특별공제 대상인 고령자 및 장기보유자에 부부 공동명의를 추가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남편이나 아내 단독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는 경우와 비교해 부부가 공동명의인 경우 세 부담이 최대 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자신을 50대 후반 은퇴자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1가구 1주택에 한해 종부세를 공동명의에 대해서도 노령 및 장기보유 공제 동일하게 적용해달라"며 "또 종부세를 아파트 매각후 납부할 수 있도록 후불제 실시도 해달라"고 했다.

이 청원자는 "올해 종부세가 지난해의 2배가 나왔다. 은퇴해서 소득도 없고 자녀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재산세, 종부세 낼 돈을 노후 자금으로 준비해 둔 돈에서 꺼내야 한다"며 "도저히 이 돈을 낼 자신이 없고, 사는 집을 팔아야 하는데 수십년 살던 동네를 떠날 엄두도 안 난다"고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종부세 특별공제 대상에 부부 공동명의로 1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추가하는 종부세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비싼 집 눌러앉아 불평만…" 회의적 시선도


은퇴자들의 곡소리에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젊은 층과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회의적인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소득이 없으면 그에 맞는 곳으로 이사가면 된다. 세금 내는 건 아깝고 국가로부터 혜택은 꼬박꼬박 받고 싶은 심리"라며 "후 세대를 위해 자산이 많은 이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pri****)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집값 오르면 좋고, 세금은 내기 싫고, 거주의 자유는 외치면서 불평불만만 하는 심보가 무엇이냐"면서 "도시 외곽에 내려가서 살면 될 것을 궂이 비싼 집에 눌러앉아 정부 탓만 하는 것은 도둑 심보"(tol****)라고 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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