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책'이라더니... 정부 공급량 70% 이상은 ‘월세’ 내는 집

입력
2020.11.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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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아닌 '전세형'은 준전세 임대주택
공실 임대주택 등 8만여가구 해당

정부가 '11·19 전세대책'에 따라 공급하는 주택 가운데 70% 이상은 월세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보증부 월세(준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매입약정뿐 아니라, 올 연말 입주자 모집을 시작하는 장기 공실 공공임대도 월세를 내야 하는 탓이다.

정부는 임대료 수준이 높지 않아 세입자의 월세 부담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부가 제공하는 '전셋집'을 기대했던 수요자들의 실망과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모집 장기 공실 공공임대 입주시 '월세' 내야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2022년까지 11·19 전세대책에 따라 공급되는 임대주택 11만4,100가구 중 최소 8만3,093가구(72.8%)가 전세 대비 보증금이 80% 수준인 '준전세'로 공급된다. 나머지 20%는 법정 전월세전환율(현행 2.5%)을 적용해 월세로 받는 형태다.

대표적인 준전세 공급 물량이 장기 공실 공공임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보유한 3개월 이상 공실 상태의 공공임대를 전세형으로 전환해 공급하는 물량이다. 지난달 기준 장기 공실 공공임대는 전국 3만9,093가구며, 수도권은 서울 4,936가구 등 총 1만5,652가구다. 다음달 말 모집공고를 내고, 내년 2월 입주가 이뤄진다.

당초 시장에선 장기 공실 공공임대를 사실상 '전셋집'으로 받아들였다. 정부는 11·19 전세대책에 "3개월 이상 공실된 공공임대는 '전세형'으로 전환해서 공급하겠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전세형'이 사실 준전세를 뜻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장기 공실 공공임대를 '전세'로 공급하겠다고 언급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와 SH가 주택도시기금 융자를 받아 공공임대를 공급하기에, 최소한의 월세로 이자 부담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월세는 최소 비용만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 3개월 이상 공실인 서울 공공임대 중 1,383가구(28%)는 임대료가 시세 대비 약 60% 수준인 국민임대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중간)값(4억4,200만원)을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전세형으로 전환되는 서울 국민임대의 월세는 약 11만원 수준이다. 물론 지역과 주택 유형에 따라 월세는 바뀔 수 있다.

전세형 공실 공공임대의 최종 공급물량도 불확실하다. 우선은 현행 공공임대 기준에 따라 공급한 뒤, 남은 물량만 전세형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실제 공급은 정부 전세대책에서 발표된 3만9,093가구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입주 대기자가 있는 임대주택 단지도 있다"며 "현재로선 정확한 물량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월세 부담 크지는 않을 것" 전망 불구 세입자 '허탈'

신축 매입약정형 임대주택도 준전세로 공급된다. 매입약정형은 민간이 다세대 및 오피스텔을 지으면, LH 등이 이를 사들여 임대로 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역시 2022년까지 서울 2만가구 등 전국 4만4,000가구를 '전세형'으로 푼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전세형 임대주택의 월세 부담은 크지 않으리라 전망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예비 세입자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다"면서도 "세대주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면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법정 전월세전환율도 낮아 전세대출 이자와 비교하면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전세형'이라는 표현으로 오해를 샀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준전세 임대주택이 전세난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임대료 체계상 준전세 시장과 전세 시장은 함께 움직인다"며 "현재 준전셋값도 크게 오른 상황이라,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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