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링 위에 오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은 50대의 나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유연한 몸과 빠른 공격 스피드를 뽐냈다. 하지만 상대를 한방에 쓰러트릴 수 있는 ‘핵주먹’은 불발됐다.
타이슨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로이 존스 주니어(51)와 복싱 레전드 매치에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2005년 은퇴 후 15년 만의 복귀를 위해 무려 45㎏을 감량하고 저돌적으로 공격에 나섰지만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임한 존스 주니어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날리지 못했다.
타이슨은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역대 최고의 복서 중 한 명이다. 1986년 20세의 나이로 당시 챔피언 트레버 버빅을 2라운드 만에 쓰러트리고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다. 현역 시절 통산 성적은 50승2무6패였고, 50승 중 44경기롤 KO로 이겼다. 또 KO승 가운데 1라운드 KO승을 24차례나 거둬 ‘핵주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타이슨에게 맞선 존스 주니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미들급 슈퍼미들급 라이트헤비급 헤비급까지 4체급을 석권한 전설이다.
이날 둘의 승부는 노장 파이터의 나이를 고려해 2분 8라운드로 진행됐다. 또 헤드기어를 끼지 않았지만 대신 두툼한 12온스 글러브로 대결했다. 경기는 부심 없이 주심만 있었다.
승패를 가리기보다 친선전 성격이 짙어 무승부로 끝났지만 경기 내용은 타이슨이 우위를 점했다. 타이슨은 1라운드부터 매서운 잽으로 존스 주니어의 주먹을 묶고 복부와 안면을 적극 공략했다. 타이슨의 빠른 몸놀림에 존스 주니어는 도망 다니거나, 틈만 나면 타이슨을 끌어안으려는 클린치를 시도했다.
경기 양상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존스 주니어가 6라운드에 잠시 우위를 점했지만 경기 내내 타이슨이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타이슨도 점점 체력이 떨어져 크게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이날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 않았지만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79-73으로 타이슨의 손을 들어줬다.
타이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팬들에게 기쁨을 줬기에 무승부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KO는 아무 의미가 없다. 8라운드를 모두 마쳐 기쁘다”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존스 주니어는 “무승부에 만족하지 못한다”며 “내가 충분히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받아 쳤다.
이날 승부로 타이슨은 1,000만달러(약 110억원)의 대전료를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 주니어의 대전료는 최대 300만달러(약 33억원)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