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출소 후 격리 추진, 보호감호 부활 아닌가

입력
2020.11.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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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흉악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형기가 끝난 뒤에도 최장 10년간 보호시설에 다시 격리하는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6일 내놨다. 당정은 초등학생 성폭행범인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점을 법안 제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조두순이 출소한 뒤에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시키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12만명이 동참할 정도로 국민 불안감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새로운 제도에 따른 시설 입소 대상은 살인범, 아동성폭력범 등 강력범 중 5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이다. 이중 알코올 중독 등으로 재범 위험성이 현저하게 높을 경우 법원이 1~10년간 사회복귀시설 입소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에 입소해 재사회화 과정 도중이라도 위험성이 사라지면 사회 복귀가 가능한 절차도 마련된다.

당정은 새 제도를 ‘인권친화적 보안처분제도’ 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형벌에 더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이미 15년 전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지된 ‘사회보호법’ 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없다. 정부는 이미 2015년, 2016년에도 이날 발표와 비슷한 법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중처벌의 위험성과 신체자유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 문제가 있다는 각계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흉악범의 자유를 박탈하는 보호수용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시설 내 개인 공간에 TV, 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는 등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 흉악범들에게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일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정은 이미 사회적으로 논의가 끝난 보호수용제도 부활에 대한 더 이상의 집착을 버리기를 바란다. 형기 중인 흉악범에 대한 심리프로그램 강화 등 근본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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