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군 두물머리의 늦가을은 물안개가 단연 압권이다. 주말이 오면 이 장면을 담으려고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분주해진다. 하지만 사진을 좀 아는 사람들의 ‘포토 존’은 따로 있다. 이곳에서 좀 떨어진 야산 정상이다. 지난 주말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가 나를 괴롭혔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고대하던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해는 순식간에 중천에 떠올랐지만, 발밑으로 보이는 두물머리는 아직도 안개가 끼어 사방이 어둠 속에 잠겨있었다. 내가 원하던 사진을 찍은 후 내려가 보니, 대다수 사진작가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로 태양이 떠올라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흐린 날씨만을 탓하고 있었다. 조금 전 야산 정상에서 태양을 보고 내려온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일본 여류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자전적 소설 ‘길은 여기에’에는 “구름 위에는 항상 태양이 빛나고 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렇다! 먹구름이나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이지 태양은 항상 하늘 높이 떠 있다. 눈앞에 있는 ‘장애물’ 건너에는 간절히 갈구하던 ‘희망’이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연말까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