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5일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한 입법을 건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제도의 확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2016년 서울시가 조례를 제정한 뒤 이듬해 산하기관에 노동이사가 나온 것을 기화로 광주시, 경기도, 울산시 등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근로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가 활성화된 곳은 유럽이다. 영국, 이탈리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노동이사제의 효시로는 세계 2차 대전 후 독일의 석탄ㆍ철강산업에 도입된 '공동결정제도' 가 꼽힌다. 노사 간 타협이 아니라 연합국의 입김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이채롭다. 연합국은 석탄ㆍ광산철강 산업에 대해 노동자들의 통제가 이뤄지면 독일의 군수산업이 비대해지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고 봐 사실상 이를 강제한 것이다. 사회민주당의 장기집권으로 노동조합의 힘이 강력했던 스웨덴에서는 1970년대 제도가 도입됐다. 생산수단을 소유ㆍ통제하는 사회주의 이념에 친화적이던 스웨덴 노조가 이를 밀어붙였다. 당시 노사 역학구조를 반영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먼 나라의 일만 같았던 노동이사제의 국내 도입이 성큼 다가온 것도 시대의 산물이다. 노동 3권의 확보와 강화가 산업화 시대의 과제였다면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와 협력을 요구하는 ‘경제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별 노조인 유럽과 달리 기업별 노조인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구조조정을 방해해 기업의 가치를 떨어트릴 것이라는 등 역기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도입된 공기업에선 기관장들이 조직 내 현안에 대해 노동이사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등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20여년 전 사외이사가 도입될 때도 경영계는 “도입되면 기업이 죽는다”고 앓는 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이런 논란은 사라진 지 오래다. 경영계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되 공공부문부터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노동이사제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회수를 넘어온 귤이 탱자가 되지 않도록 섬세한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