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이 27일 기획재정부가 '한걸음모델' 과제로 추진 중인 '하동알프스프로젝트'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이 사는 지리산에 산악열차 등을 짓는 프로젝트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단체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정의당과 국민의힘에 이어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 한국환경회의와 '한걸음모델에서 하동알프스 프로젝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는 공동 성명을 내고 "기재부가 추진하고 있는 하동알프스프로젝트는 다시 원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올해 6월 국유림법과 산지관리법 등으로 추진이 불가능하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해당 프로젝트를 사회적 타협 메커니즘인 한걸음모델로 선정했다. 하지만 반달곰이 서식하는 게 확인되면서 사업 추진 여부와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최근에는 하동군이 사업 내용을 조정, 현행법 내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게 알려지면서 지자체와 환경단체간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기사보기: [단독] 애써 복원한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산악 열차' 놓을 판).
이들은 한걸음모델의 취지에 산악철도와 케이블카 등을 건설하는 산림관광 사업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규모로 산림을 파괴하고, 반달가슴곰을 쫓아내는 낡은 토건사업을 신사업이라고 선정한 것 자체가 60~70년대 개발논리에 젖어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프로젝트가 모범 사례로 삼는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열차는 1898년 건설된 것으로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환경파괴를 이유로 대규모 산악개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사업의 '표지갈이',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는 조롱거리가 된 하동알프스프로젝트를 한걸음모델에서 즉각 제외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진행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산악열차 건설을 둘러싸고 민-민 갈등과 민-관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으며 환경부가 복원한 반달곰의 서식지를 기재부가 나서서 산악열차 건설로 파괴하는 정책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동군은 최근 상생조정을 통한 사업추진을 포기하고 현행법 하에서 보전산지를 준보전산지로 지목을 변경하는 행정절차만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며 "이는 '규제혁신을 통한 성장'이라는 한걸음모델의 근본정신조차 내던져버리고 산림휴양관광 활성화 정책을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생도, 혁신도 없이 산악열차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한걸음모델의 무용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재위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 산악개발은 이미 해외에서도 금지하는 추세고 디지털, 공유경제와 같은 고부가가치 신사업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기재부는 한걸음모델에서 하동알프스프로젝트를 제외시키고 한국판 뉴딜 사업에서 발생하는 갈등사례를 적극 발굴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기재위 소속 고용진·기동민·김경협·박홍근·우원식·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이 참여했다. 환노위 소속으로는 양이원영·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23일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그린뉴딜 정부의 지리산 산악열차는 자가당착이다'라는 논평을 내고 "자연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라며 "산악열차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오후 4시 기재부 상생조정기구 7차 회의가 열리는 서울 중구 연세세브란스빌딩 앞에서 '기재부, 지리산산악열차 추진규탄 지역-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걸음모델의 상생조정기구는 규제혁신과 갈등조정이라는 한걸음모델의 기본정신이 모두 사라지고 현행법 아래에서의 산림파괴사업 강행과 지역갈등 심화라는 참담한 결과만이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