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우산혁명’ 주역인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이 구류된 지 4일이 지났지만 감옥에서도 홍콩 민주화에 대한 희망을 발신하고 있다. 반면 홍콩 당국은 최근 몇주새 반(反)중파 의원을 축출한데 이어 보안법 강화 의지도 굳히는 국면이다.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조슈아 웡이 독일 일간 디벨트에 옥중 서신을 보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웡은 신문에 “대학, 언론, 기업 등 모두가 중국의 규범을 지키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나 역시 중국의 반체제인사로 여겨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면서도 "나와 동료들이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저항 의지를 분명히 했다.
편지에 따르면 현재 웡은 엑스레이상 의심스러운 복부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24시간 불이 켜져있는 독방에 수감되어 있으며, 다른 죄수를 만나거나 운동을 하는 게 금지돼 있다. 그를 포함한 아그네스 차우(周庭), 이반 램(林朗彦) 등 전 홍콩 데모시스토당 소속원 3명은 지난해 6월 불법집회 조직·선동·가담 혐의 등으로 구류 처분을 받고 23일 수감됐다.
현재 홍콩의 반(反) 민주 행보는 가속화되고 있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앞선 25일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수개월에 걸친 정치적 불안정 이후 홍콩보안법은 우리에게 안정을 되찾아 줬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반정부 세력이 주장하는 홍콩의 독립과 자결권은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정부의 권위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시정연설은 친중 의원으로만 채워진 입법회에서 이뤄졌다. 지난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정부에게 홍콩 입법회 의원직 박탈 권한을 부여하며 범민주진영 의원 4명이 축출됐고 이에 반발한 다른 야당 의원 15명 가량이 동반 사퇴를 결의했기 때문이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람 장관의 이번 연설은 시민들의 시위는 물론 야당 의원도 없이 진행돼 입법회에 친중의원들만 남게 된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안법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도 커졌다. 홍콩의 친중파 의원 레지나 입(葉劉淑儀) 신민당 대표는 "웡과 같은 민주화 세력은 구금된 후에도 꾸준히 정치적인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며 "그런 행위가 가능하다는 점 자체가 현재 홍콩법이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웡에 대한 판결의 강도가 앞으로 보안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는 홍콩 웨스트카오룽 치안법원에 의해 내달 2일 예정돼 있다. 다만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항소 절차를 밟을 경우 최종 판결은 2~3년 후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엘 러셀은 신문에 "현재 홍콩보안법은 익명의 고발을 증언으로 채택하고 정당한 사법 절차를 제거하며 홍콩 법원을 부당하게 대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