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안에서 1년에 혼획(우연히 그물에 걸림)으로만 1,000마리가 희생되는 멸종위기종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망에 부착하는 '탈출장치'를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해양수산부는 25일 서울 중구 청파로 브라운스톤 서울에서 국립수산과학원, 미국해양대기청, 국제포경위원회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해 상괭이 보전을 위한 협력' 국제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하고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서식하면서, 가장 많이 혼획되는 고래류다. 해수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어업 과정에서 혼획된 상괭이는 총 4,545마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81.1%가 안강망 어업에 희생됐다. 안강망 어업은 조류가 빠른 곳에서 닻으로 어구를 고정하고 수산동물이 조류의 힘에 의해 강제로 자루그물에 밀려 들어가게 하여 포획하는 방식이다.
상괭이 희생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안간망에 부착할 상괭이 탈출장치를 개발, 도입을 앞두고 있다. 탈출장치의 핵심은 '유도망'과 '탈출구'로 그물 안으로 들어간 상괭이가 유도망을 따라 올라 간 뒤, 위에 뚫린 탈출구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조일환 해수부 어업정책과장은 "올해 상반기 충남 서해안 해역에서 탈출장치를 54회 테스트한 결과 상괭이 혼획은 0건, 어획 손실율은 최대 10.1%였다"며 "내년 2월 우선 안강망어선 60척에 탈출장치를 설치하고, 내후년에는 100척 이상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출장치 확산의 관건은 어민들에게 달려있다. 어획손실률 등의 문제로 탈출장치 도입을 우려하는 어민들과의 협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 손호선 고래연구센터장은 "어업인들의 인식전환과 참여를 어떻게 더 잘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게 상괭이 혼획을 줄이는데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어민들과의 상호작용을 늘리고, 설득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영란 WWF코리아 해양보전팀장은 "바닷속 안강망을 직접 촬영해 상괭이가 탈출하고, 이외에 빠져나가는 물고기들이 적다는 것을 어민들에게 확인시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출장치 외에 다른 대안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탈출그물장치가 내년부터 실제 안강망 사용 어가에 보급돼 기쁘다"며 "탈출장치 이외에도 발광다이오드(LED)그물 등이 도입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