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ㆍ청소년 등 7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ㆍ배포해 억대의 수익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1심에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단일한 목적 하에 역할을 분담해 범죄를 반복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갖췄다"며 박사방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현우)는 26일 범죄단체조직 및 아동ㆍ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이어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10년간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30년간 전자장치 부착, 12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을 명령했다. 범죄 수익 1억600만원 상당의 추징도 함께 명했다.
조씨가 1심에서 받은 징역 40년은 △최근 살인죄에 징역 20년 내외의 형이 선고되는 추세 △법원이 그동안 유사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비판을 받은 점 △형법상 유기징역 상한이 30년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중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기징역의 상한은 30년이지만, 형을 가중하는 경우 징역 50년까지도 가능하다. 현재까지 선고된 유기징역 최장기형은 징역 45년형이었다.
조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박사방 일당 5명도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성착취물을 영리목적으로 반복 유포한 이모(16ㆍ태평양)군은 장기 10년에 단기 5년형을, 피해자들을 유인하는 광고를 게시하고 별도의 보복협박 범행을 저지른 강모(24ㆍ도널드푸틴)씨는 징역 13년, 단독으로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전 거제시청 공무원 천모(29ㆍ랄로)씨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박사방 유료회원 중 처음으로 범죄단체 혐의가 적용된 장모(41)씨와, 임모(34)씨도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박사방은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닉네임’으로 특정되는 다수 구성원들이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ㆍ가담한 조직”이라며 형법 114조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범죄단체로 인정되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할 수 있어, 공범까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어 “구성원들은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를 유인하거나 성착취물을 유포하고 피해자가 특정 자세를 취하길 요구하는 등 범행에 협력했으며, 조씨에게 가상화폐를 제공해 범행이 반복되고 더욱 고도화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씨를 추종하며 지시를 따른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즉, 최소한의 통솔체계는 없다고 하더라도, △공동의 목적아래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해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결합체라는 점에서 박사방을 범죄단체로 인정한 것이다.
사회복무요원 강씨의 경우 “박사방에 가입이나 참여한 사실이 없지만, 범행과정에서 미필적으로나마 박사방의 존재를 인식했고 이후 신문 기사 등을 통해 박사방의 존재를 확정적으로 확인한 사실에 비춰보면 조직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이 “몇몇 범행은 기소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천씨가 “피해자가 촬영에 합의한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한 아동ㆍ청소년성보호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단, 조씨, 천씨의 혐의 중 피해자들이 처벌불원을 표시한 부분은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 '피해 회복 여부'를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조씨에게는 “일부 범행을 인정하지 않아 몇몇 피해자들을 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게 했고, 대부분 피해자들에게 별다른 회복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확정하며 ‘피해 회복 노력’을 양형 요소로 권고한 바 있다. 아직 양형기준의 효력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재판부 재량에 따라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다.
이날 손석희 JTBC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조씨의 공범들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법원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공범 김모(28)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이모(24)씨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조씨가 지난해 4~9월 손 사장으로부터 1,800만원을, 같은 해 8월 윤 전 시장에게 2,000만원을 받아내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