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강경화 회담 24분 지각...美 장관 늦었다고 면박 주더니

입력
2020.1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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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약 24분 지각했다. "차가 밀려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숙소에서 늦게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강 장관과 왕 부장의 회담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예정돼 있었다. 왕 부장은 10시 20분이 넘어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왜 늦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왕 부장은 "트래픽"(traffic·교통 상황)이라고 짧게 답한 뒤, 엘리베이터에 곧바로 탑승했다.

회담 20분 전 "늦을 것 같다" 양해했지만


25일 입국한 왕 부장의 숙소는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왕 부장은 26일 10시5분쯤 호텔을 떠나 외교부로 향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오전 9시 40분쯤 왕 부장이 다소 늦을 것 같다며 양해를 구해왔다"고 전했다. 교통 상황 때문에 늦었다는 왕 부장의 설명과는 달리, 숙소에서 이미 일정이 지연되고 있었던 것이다.

외교 무대에서의 '지각'은 때때로 신경전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왕 부장은 회담장에 늦은 미국 장관 면전에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4년 8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왕 부장은 존 케리 당시 미 국무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약속 시간을 30분 넘겨 회담장에 도착한 케리 장관은 "미안하다"고 했지만, 왕 부장은 엄중한 목소리로 "미안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30분 넘게 당신을 기다렸다"며 얼굴을 구겼다.

지각한 미 국무부 장관에게 쓴 소리를 왕 부장이 이번엔 강 장관과의 회담에 늦는 '내로남불 결례'를 저지른 모양새가 된 것이다.

왕 부장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자신의 지각과 관련, 별도의 사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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