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초강력 제재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의 판매량이 반토막 난 것이다. 화웨이는 제재 직전 핵심 부품을 사재기하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내년 시장 전망치는 더욱 암울하다.
26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출하량은 250만대로 전년 대비 58.7% 줄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0%에서 8.8%로 내렸다.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점유율은 35.6%, 출하량은 1,0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애플(820만대)은 28.5%로 2위, 샤오미(370만대)가 12.8%로 3위를 기록했다. 샤오미는 1년 사이 판매량을 151%나 늘리면서 화웨이의 빈 자리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화웨이의 추락은 예고된 일이었다. 화웨이는 현재 미국의 각종 제재에 핵심 부품의 수급 자체가 불투명하다. 미국 상무부에선 "화웨이 통신장비가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통해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미국이 정보통신기술(ICT) 패권을 장악하면서 화웨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메모리 반도체, 5세대(5G) 통신 프로세서 등 어느 하나 규제를 피할 곳이 없다.
최근 퀄컴 등 일부 기업들이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 허가를 신청해 판매 승인을 받았지만, 이 역시 5G 칩, D램 등 핵심 부품은 제외되면서 화웨이의 회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정부가 중국의 ICT 패권 도전을 견제하기 위해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면서도 화웨이에 수출하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는 조금씩 제재를 푸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년이다. 삼성의 '갤럭시S20', 애플 '아이폰12' 등을 기점으로 5G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제재가 시작하는 9월 15일 이전에 쌓아둔 재고도 내년 상반기에는 바닥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내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G 스마트폰 판매량은 6억3,520만대로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3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전망치인 15.4% 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 2분기만 해도 삼성전자를 꺾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던 화웨이는 내년 5위 밖으로 밀려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내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이 빈 자리를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